문재인 후보 ‘2기 노무현 정부’ 논란에 … “그때와는 사람도 시대정신도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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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기 노무현 정부’인가, ‘문재인 정부’인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그 정부의 성격규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 노무현 정부의 색채가 강한 문 후보이기에 이런 논란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자꾸 그렇게 얘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끊임없이 뭔가 (노무현)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새누리당에선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란 주장을 한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잖나. 아마도 똑같은 노무현이 다시 정치를 한다 해도 2002년과 2012년은 다르지 않을까. 하물며 사람도 다르고. 우선은 시대 정신이 달라졌다. 2002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거였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탈권위주의, 이런 과제에 대해선 아주 충실했다. 그러나 2002년에 경제민주화란 말 있었나? 제가 제시하는 것과 노무현 후보가 2002년 제시한 비전은 전혀 다르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노무현 정부의 ‘과오’를 언급했다.

 “사회·경제적인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참여 정부 중에 새롭게 대두됐다. 그러나 다 감당하지 못했다,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부분이 양극화, 비정규직 이런 문제로 표출된 거다.”

 -노무현 정부의 과오로 통합노력을 꼽기도 한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노무현 정부라서 통합이 안 된 건가? 그러면 이명박 정부는? 박근혜 후보가 (한나라당) 대표 맡던 시절엔? 통합은 지금까지도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에 취임하고 난 이후 야당(당시 한나라당)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하고, 4월엔 국회에 가서 대화를 제의했다. 그때 야당 의원들은 일어서지도 않았다. 국회 방문 후 한 달도 안 돼 탄핵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네 탓 내 탓이 아니라 그 시절에 우리가 통합에 대한 의지가 강력했지만 손뼉이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안 나는 거다. 개별주의적이고 아주 적대적인 정치 문화, 풍토를 넘어서지 못해 빚어낸 비극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아닌가. 저는 통합의 정치가 새누리당에 의해 만들어지는 건 불가능하다고 본다. 지금 하고 있는 거 봐라. 안철수도 빨갱이, 문재인도 종북…. 같이할 수 있는, 공존하려는 게 없다.”

 -민주당도 여당에 대한 메시지가 지나칠 때가 있다. 김광진 의원의 ‘명박급사’와 같은 표현이라든지. 김용민 막말처럼.

 “지면에, 그런 얘기가 소개되는 건 아깝지 않나. 통합을 위해 저한테도 박정희 대통령이나 이승만 대통령 묘소에 대해 참배하라고 얘기한다. 참배로 통합이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나. 박근혜 후보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묘소 참배해 통합에 단 한 걸음이라도 다가가졌나. 통합의 문제는 국가 권력에 의해 있었던 많은 인권 유린, 고통을 치유하고 넘어가면서 화해가 이뤄져야 되는 거다. 그렇게 화해가 이뤄지면 이승만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묘소 제가 얼마든지 참배할 수 있다. 실제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경우 흑백분리 정책 때문에 있었던 인권 유린들에 대해 만델라 대통령 시절에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화해가 이뤄졌다.”

 인터뷰가 끝나고 일어서는 문 후보에게 “영화 ‘광해’의 어떤 장면 때문에 그토록 눈물을 흘렸느냐”고 물었다. 다음 일정지로 떠나면서 그는 “마지막에 배에 태워 보낼 때”라고 답했다. 영화 ‘광해’의 마지막은 광해의 비서실장 격인 도승지 허균이 가짜 광해를 배에 태워 먼 곳으로 떠나 보내며 신하로서의 예를 갖추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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