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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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루이스 V.거스너 지음, 이무열 옮김,북@북스,1만3천5백원

어렵고 힘든 일을 가급적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역경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다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일이 어려울수록 의욕이 넘치고 얼굴에 화색이 돈다. 우리가 역사속에서 보는 영웅들은 대개 이런 종류의 인간형이다.

기울어가는 세계 컴퓨터업계의 거함 IBM을 되살린 루이스 V.거스너, Jr.전 회장도 그런 인간형이다. 남들이 보기에 잘 될 것 같지 않은 일, 누가 해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 도전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게 그에겐 삶의 재미다.

그는 지난해 말로 IBM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준 뒤 회사의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자 미련없이 스스로 떠난 것이다.

좀처럼 언론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그가 지난해 11월 IBM의 최고경영자(CEO)로 보낸 9년간을 회고하는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Who Says Elephants Cant'Dance?)'들고 나타났다.

그는 IBM 부활신화의 영광을 그와 고락을 함께한 IBM의 작은 영웅들에게 돌렸다. 흡사 피흘려 싸운 전장의 부하들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의연하게 퇴역하는 노장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그의 회고록 '코끼리를…'은 자신의 자랑스런 영웅담이 아니라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았던 코끼리 IBM을 개혁해나간 과정을 적은 전투일지다.

때로는 가까운 친구에게, 때로는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들려주듯 써내려간 이 회고록에는 역전의 노장 거스너의 고뇌와 경영철학,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컴퓨터와는 전혀 인연이 없던 그가 IBM 회생의 화두를 e-비즈니스로 잡고 닷컴거품을 헤쳐나온 데서 보여준 통찰력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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