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Global Biz] 샌즈그룹 2인자 마이클 레빈 부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마이클 레빈 샌즈그룹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팔라조 호텔 집무실에서 재미교포 며느리가 낳은 손자와 찍은 사진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박신홍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면 카지노와 도박·환락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광산업의 컨셉트를 180도 바꾸며 ‘비즈니스 도시’로의 과감한 변신을 거듭한 끝에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중심에 복합 리조트(Integrated Resort·IR)가 있다. 복합 리조트는 기존의 풍부한 숙박시설과 편리한 교통환경 등 잘 갖춰진 인프라에 차세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각광받는 ‘MICE’를 성공적으로 접목하면서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복합 리조트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곳은 샌즈그룹이었다. 샌즈는 한국 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그룹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마이클 레빈 샌즈그룹 부회장을 만났다. 라스베이거스와 싱가포르·마카오 등에서 복합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샌즈그룹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한국 진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그를 만나 복합 리조트의 한국 진출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숙박·모임에 쇼핑·레저까지 한곳에서 해결

●복합 리조트가 기존 호텔과 어떻게 다른가.

 “근본적인 개념에서 큰 차별성이 있다. 단순히 호텔도 아니고 컨벤션센터만 세워둔 것도 아니다. 거기에 대규모 쇼핑몰과 극장·박물관·카지노는 물론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엔터테인먼트 단지까지 모두 갖춘 종합 비즈니스·레저타운인 셈이다. 이곳에 오면 각종 모임부터 가족 단위 관광에 결혼식까지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한마디로 모든 걸 한곳에 모아 놓고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개념이다.”

●싱가포르 진출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데.

 “싱가포르에는 총 56억 달러(약 6조1600억원)를 투자했다. 2010년 마리나 베이 샌즈가 개장한 뒤 주중엔 비즈니스 고객, 주말엔 레저 고객이 몰리면서 객실 점유율이 99%에 달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일자리가 3만5000개라는 통계도 나왔다. 올해 초 마카오에 문을 연 복합 리조트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복합 리조트의 핵심 개념인 MICE는 Meeting(기업회의)·Incentive(포상여행)·Convention(국제회의)·Exhibition(전시·이벤트)의 약자로, 수만 명의 고용 창출과 높은 내수진작 효과가 입증되면서 ‘21세기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불황이 깊어지면서 신(新)성장 동력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일자리와 내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복합 리조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2009년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MICE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 중 하나로 지정한 뒤 산업 규모를 2018년엔 22조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뉴욕·마드리드 등 세계 각국의 대도시들도 라스베이거스의 성공적인 변신을 벤치마킹하고 나섰다.

●한국 진출에 관심이 많다던데.

 “한국에도 복합 리조트를 건설하게 되길 매우 고대(anxious)하고 있다. 서울과 부산 두 도시에 하나씩 건설했으면 싶다. 각각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씩 총 80억 달러(약 8조8000억원)까지 투자할 의향이 있다.”

●입지는 어느 곳을 선호하나.

 “서울의 경우 도심에 가까운 지역이 1순위다. 외국 비즈니스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의 접근이 용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지노 고객만 생각한다면 인천공항 주변이나 송도도 상관없겠지만 복합 리조트 특성상 도심과 가까워야 시너지가 높다. 서울의 경우 이미 서너 곳의 후보지를 염두에 두고 있고 부산도 해운대와 북항 지역 등 3곳에 관심이 있다. 서울은 진주 목걸이, 부산은 요트나 샥스핀 모양 등 랜드마크가 될 만한 리조트를 짓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복합 리조트가 한국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나.

 “각종 부가서비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건설경기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80억 달러가 한국에 투자된다고 생각해보라. 그로 인한 부대효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일 거다.”

싱가포르 모델이 좋은 참고자료 될 것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전경.

 문제는 카지노다. 현재 복합 리조트의 한국 진출을 위해 라스베이거스 호텔그룹 3~4곳이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내국인 카지노 출입 허가를 투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지금까지 내국인 카지노 출입이 허용되는 곳은 강원랜드뿐이다. 복합 리조트가 한국에 들어올 경우 여러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반면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다.

 이에 대해 그는 “싱가포르 모델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65~97년 국내총생산(GDP) 평균 성장률 9%를 기록해온 싱가포르는 97년 경제위기와 2000년대 초 미국의 경제 침체 등을 겪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게 됐고, 제조업과 병행해 서비스산업을 적극 발전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 연관산업 발전 효과가 높은 관광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하고 2005년 복합 리조트를 국가정책적 차원에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치열한 토론 끝에 야당도 결국 동의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도 당초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카지노를 허락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소신을 접었다. 그는 2007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카지노를 싫어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복합 리조트가 없다면 우리는 패배할 것”이라며 국익 우선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싱가포르는 2010년 복합 리조트를 개장한 뒤 해외관광객이 1160만 명을 넘어서면서 전년에 비해 20% 증가했다. 관광수익도 189억 달러(약 20조7900억원)로 49%나 늘어났다.

●내국인 출입 허용 없인 투자가 불가능한가.

 “세금 규정 등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지만 내국인 출입과 관련한 법 개정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이거 하나다. 외국인만 허용하면 어떻겠느냐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내국인 출입 없이는 재무적으로 투자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도덕국가로 이름 높은 싱가포르에서도 결단을 내렸겠나.”

●외국인부터 허용하고 내국인 출입은 상황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외국인 카지노만으로는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투자자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 이만큼 큰 규모의 투자에는 그만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복합 리조트 내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면적은 3%도 안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한국 정부를 압박할 생각이 없다. 한국 내부에서 충분한 토의를 거쳐 복합 리조트를 받아들이는 게 전체 국익에 유익하고, 내국인 카지노 허용도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곧바로 수조원 규모의 투자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

●내국인 카지노 출입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싱가포르에서도 범죄율이 증가하고 도박 중독자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도박 중독률은 전혀 오르지 않았고 범죄율은 오히려 줄었다. 관광객도 더 많이 유치하면서 사회적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한국 방문해 언론·기업인 의견 듣고 싶어

 레빈 부회장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78년부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을 비롯해 부산·경주의 호텔 건설에 깊숙이 관여했다. 며느리도 재미교포 2세 한국인이다. 그는 인터뷰 도중 6개월 된 손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준 뒤 “뉴욕에 사는 아들네 가족이 이번 주말에 오는데, 손자 안아볼 생각밖에 없다”며 활짝 웃었다. 유모도 한국인을 고용해 손자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도록 했다고 한다. 이런 인연으로 미국상공회의소 한국위원회에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얼마 전엔 박원순 서울시장도 만났는데.

 “수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커다란 경제적 효용이 발생하는 복합 리조트 건설에 대해 어느 시장도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이 문제는 지역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란 입장이었다.”

●다른 호텔그룹들과도 경쟁이 치열한데.

 “우리는 결코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이런 대규모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조만간 이 문제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

 “한국인들이 복합 리조트에 좀 더 친숙해진다면 신성장 동력으로서 한국 경제 발전에 적잖이 기여하게 될 것이란 점을 알게 되리라 믿는다. 이 문제를 놓고 언제든 한국을 방문해 관심 있는 기업인·언론인·전문가들과 허심탄회한 만남의 자리를 갖게 되길 희망한다.”

◆샌즈그룹=1988년 셸던 애덜슨 회장이 설립한 글로벌 복합 리조트 그룹. 지난해 총매출액은 94억1000만 달러로 4만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한때 세계 6위 부호에 올랐던 애덜슨 은 컴퓨터 관련 전시회인 컴덱스(Comdex)의 창립자로도 유명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