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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때리기 멈춰야 세계 경제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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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닥터 둠’ 스티븐 로치 교수. [사진 블룸버그]

“미국이 저축은 안 하고 중국 탓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까 두렵다.”

 ‘닥터 둠’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가 25일 미국의 경제 리더십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공화당 후보의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 경쟁이 세계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반중(反中)감정이 풀려야 세계경제가 살아난다”며 “지금처럼 가면 한국 같은 수출의존형 국가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치는 이날 한국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향방’ 세미나에서 “글로벌 경제가 근본적으로 회복되려면 무역마찰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불균형 축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라고 그는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부진이 앞으로도 몇 년간 계속되면서 ‘중국 때리기’가 차기 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치는 “중국은 2005년부터 꾸준히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내수를 키우며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문제는 오히려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 그는 “저축보다 많은 부채에 시달리는 ‘좀비 소비자(Zombie consumer)’가 여전히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너무 낮아 건전한 소비증가가 어렵다는 것이다. 로치는 “대공황 이후 미국 가계의 저축률이 7.9%였는데 지금은 3.7%”라며 “마이너스였던 금융위기 이전보다 늘었다지만 미국이 저축에 힘입어 성장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미국의 저축 부족을 메워줄 중국과 각을 세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자 아시아의 경제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중국이 불균형 축소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로치는 자칫 ‘고래 싸움에 휘말린 새우 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주축으로 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외부충격에 취약한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13년까지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간소비를 진작하는 성장방식으로 바꿔 불균형을 축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븐 로치 1982년부터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며 2005년 부동산 거품을 경고해 주목받았다. ‘더블딥 ’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대표적인 경제비관론자로 꼽힌다. 2007년 4월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으로 취임했고, 올 2월 월가를 떠나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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