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푼 효과에 소비심리 호전 … 중국 경제 바닥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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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방한 땐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 “기대 말라”고 했던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의 빈센트 챈이 최근 “바닥을 찍었다”고 입장을 바꿨다.“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 주식을 살 때?(China Economy Hits Bottom-Time to Buy Stocks?)”

지난주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를 비롯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언론의 보도 내용이다. 중국은 정권 교체를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하락세를 지속, 지난달 말엔 2000선마저 내줄 뻔했다. 그런데도 이런 뉴스가 나온 건 여러 투자은행(IB)이 최근 중국 경제와 주식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 뉴스가 쏟아지는 데 촉매 역할을 한 건 16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다. 빈센트 챈(47 ) 중국 리서치 총괄은 보고서 제목으로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고 명시했다. 기관투자가 설명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를 2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만났다.

 -여러 매체가 보고서를 비중 있게 다뤘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모두 중국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고, 바닥을 찍고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했다. 망설이고 있는데 이런 보고서가 나오니 호응이 컸던 것 같다. 콘텐트보다 타이밍이 좋았다.” (이에 대해 이 증권사 서울지점의 임경근 주식영업부 상무는 “2005년 중국 강세장 초입에 ‘강력 추천’ 보고서를 가장 먼저 낸 전략가가 챈 총괄”이라며 “중국에서는 스타 전략가로 대중 강연을 하면 강연장이 언제나 붐빌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바닥을 쳤다고 보는 이유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었다.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중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신규 인프라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소비심리도 괜찮다. 지난달 국경절 연휴의 소비 현황을 보면 소매 판매 성장세가 안정적이다. 아울러 기업의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은행 차입에 대한 기업의 태도 등이 좋아지고 있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한다면 그 강도는 어느 정도일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강한 반등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반등 정도는 훨씬 약할 것이다. 그땐 경제가 급격히 나빠졌다. 그 반작용으로 반등도 강했던 것이고. 지금은 아니다.”

 -지난 6월 1년 내 상하이종합지수가 310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상하이지수는 현재 2100선이다). 1년까지는 8개월 정도 남긴 했지만 주가가 너무 지지부진하다. 언제쯤 주가가 오를까(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6월 초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런 전망을 내놨다).

 “중국 증시의 특성에 대해 먼저 말하겠다. 본토 A주는 내국인 투자 중심이다. H주와 달리 오직 중국 내부의 경제 움직임이 민감하게 반영된다. 시장이 센티멘트(감정)에 의해 좌우된다. 센티멘트만 바뀌면 수 주 안에 3100선을 갈 수도 있다. 당장 내일 시진핑(習近平)이 ‘경제를 개혁하겠다’고 대중 연설을 하면 A주는 급등할 거다. 3100선은 A주의 역사적 평균 주가순자산배율(PBR·주가를 주당순자산가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다. 지금은 A주의 PBR이 너무 낮다. 같은 기업 주식인데도 H주보다 30% 할인 거래된다.”

 -그럼 A주가 H주보다 낫다는 얘기인가. 당신이 투자자라면 어느 쪽을 고르겠나.

 “나라면 당연히 A주다. PBR 평균으로 계산했을 때 H주는 20% 상승할 수 있지만 A주는 50% 급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철강회사 바오산의 PBR이 0.6배밖에 안 된다. 문제는 A주가 오르긴 할 텐데 언제 오를지 모른다는 점이다. 길게 본다면 A주가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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