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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방문객 50만 명, 이 절의 비밀은 동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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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 불교가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광둥성의 동화사는 동공(動功)이라고 하는 신체수련법을 앞세워 급성장했다. 대웅전 앞에서 스님들이 동공 수련을 하고 있다.

중국 불교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특성상 아직 당국의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이름난 사찰에는 방문객이 넘친다. 번듯한 전각을 짓는 대규모 불사(佛事)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중국 광둥성(廣東省)의 대표적인 저개발 지역인 웡위안현(翁源縣). 현 변두리에 자리잡은 동화사(東華寺)는 변화하는 중국 불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곳이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대에는 절터만 있었다. 명·청 시대를 거치며 전란으로 파괴된 탓이다. 1998년 현 방장인 완싱(萬行·41) 스님이 자리를 잡은 후 왕성한 중국 경제처럼 급성장했다. 500무(畝), 그러니까 대략 33만㎡(10만 평) 부지 위에 거대한 전각 10여 동이 들어서 있다. 한 해 5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덕분에 웡위안현 지역 경제도 나아졌다고 한다.

 18일 동화사를 찾았다. 빠른 성장의 비결은 뭘까. 절의 하루는 어김 없이 오전 4시 30분 시작했다. 한 시간 가량의 새벽 예불이 끝나자 아침 공양. 50∼60명 가량의 출가자와 절 운영에 필요한 각종 소임을 맡은 자원봉사자까지 150명 정도가 함께 식사를 했다. 큰 절이다.

완싱 스님

 공양을 마친 수행자들은 뿔뿔이 울력을 나갔다. 먹거리를 손수 재배하는 게 이 절 살림의 원칙이다. 저녁 공양 후에는 두 시간 가량 참선 수행이 이어졌다. 이번 여행은 경북 문경 봉암사에서 수행하는 조계종 나월(58) 스님, 충북 제천의 태고종 사찰 원각사 주지 원명(55) 스님 등이 동행했다. 스님들은 “한국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엄격하게 수행하는 것 같다”고들 했다.

 비결은 방장 완싱 스님의 독특한 법력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세 차례에 걸쳐 지독한 단독 수행인 ‘폐관(閉關)’을 7년 동안이나 해냈다고 한다. 폐관이란 불도 들어오지 않는 동굴이나 독방 같은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후 최소한의 음식만 공급받으며 참선하는 극한 수행법이다.

 국내에는 완싱(만행)스님의 수행기·법문 등을 묶은 『마음의 달』『항복기심』(대유학당) 등이 번역돼 있다. 책에 따르면 스님은 폐관 수행을 하던 중 영혼이 육체를 이탈하는 등 신비체험을 한다. 1995년 히말라야 티베트 수행자를 찾아 좌선과 기공체조를 병행하는 수련법을 전수받는다. 연화생법문(蓮花生法門)이라고 하는 수행법이다.

 앉아서 하는 참선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정공(靜功), 그에 대해 몸 훈련법은 움직인다고 해서 동공(動功)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 수행은 몸뚱이와 상관 없다고 여기며 몇 년이고 수행했지만 결국 몸 망치고 헛고생했다. 사람의 심리는 신체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주장한다.

 마침 완싱 스님은 다른 일정이 있어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선원 수좌(首座)을 맡고 있는 둔한(頓瀚·41) 스님을 만났다. 그는 연화생 동공의 핵심을 다음 같이 설명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신체 에너지를 중맥(中脈)이라고 하는 몸속 통로를 통해 정수리로 끌어 올려 우주로 흐르게 해야 비로소 득도할 수 있는 신체적 준비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장시간 참선에서 오는 각종 병통(病痛)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욕도 조절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인체 에너지, 기의 흐름을 중시하는 수행법은 티베트 불교, 도교의 수행법과 일맥 상통한다. 국내 조계종에서는 개인적인 활용은 묵인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월 스님 등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적당한 동공 수행을 통해 몸이 건강해지면 참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수행자의 건강이라는 실제적 관심사를 챙기는 실리주의, 방장 스님의 카리스마 등이 동화사 성장의 비결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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