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생명공학현장] 유전자지도 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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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난 후 전세계 과학자들은 복제와 줄기세포(stem cell) 연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윤리논쟁도 뜨겁게 일고 있다.

1996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 남쪽 11㎞에 위치한 로슬린연구소에서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깨뜨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언 윌머트 박사팀이 6년 된 양의 유선세포를 이용, 체세포 복제방식으로 `돌리''를 탄생시킨 것이다.

돌리의 탄생이 1997년 2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를 통해 알려지자 세계 각국, 각계 각층은 복제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뜨거운 논쟁에 휩싸였다.

종교계 등 과학의 윤리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돌리의 탄생이 암컷의 난자와 수컷을 정자가 수정돼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는 자연의 법칙을 깨트림으로써 인간이 신의 영역을 침범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은 복제기술이 결국 사람에게 적용돼 공상과학에서나 나오던 `히틀러 복제'' 같은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돌리의 탄생은 학문적으로도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다 자란 동물의 체세포는 그기능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믿어 왔으나 돌리의 탄생으로 몸을 이루는 어떤 세포라도 새 생명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특히 배아단계에서 생성되는 줄기세포는 뇌나 신경, 혈액 등 인체의 모든 세포로 발달할 수 있는 전능성을 가지고 있어 각종 난치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복제를 통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가 세계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면서 유전자 정보 및 유전자 조작기술을 복제 기술과 결합시켜 동물의 젖이나 계란 등에서 의약물질을 생산하거나 돼지를이용해 인체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분야의 선도적 벤처기업인 미국 매사추세츠주 어드밴스드셀 테크놀러지(ACT)의 연구담당 부사장 호세 시벨리 박사는 "복제와 줄기세포, 게놈연구는 앞으로 난치병 치료에서 식량문제 해결, 멸종위기 동물 보존 등에 획기적인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계가 복제연구에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은 복제기술이 미래 의학과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그만큼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로슬린연구소팀이 개발한 체세포 복제방법은 이론적으로는 아주 간단하다.

먼저 암컷에서 난자를 채취해 유전물질이 들어있는 핵을 제거한 뒤 복제하고자하는 동물의 몸에서 체세포를 떼어내 복제에 필요한 처리를 한다.

이렇게 준비된 핵과 체세포를 약한 전기충격으로 결합시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수정란처럼 세포분열을 거듭해 배아가 되는데 이것을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면 하나의 개체로 발달하게 된다.

이 복제기술은 아직 성공률이 1% 정도에 그칠 만큼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이방법을 활용하면 우수형질의 가축을 대량 번식시킬 수 있는 등 그 자체로도 상당한의미가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이미 우량 젖소와 한우를 복제, `영롱이''와 `진이''를 탄생시켰고 최근에는 바이오벤처 ACT코리아(대표 심호섭 단국대의대 교수)가 국내에서 형질이 가장 우수한 한우를 복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제기술이 더욱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각종 난치병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줄기세포 생산과 인체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동물을 만드는데 복제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줄기세포를 얻기위한 인간 배아복제는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간 배아복제 연구에 연방기금을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결정을 앞두고 버지니아주의 존스생식의학연구소가 줄기세포 연구를 목적으로 배아를 다량 만들었다고 밝히고 ACT사도 줄기세포 생산을 위한 체세포 복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혀 윤리논쟁이 일고 있다.

ACT의 호세 시벨리 부사장은 "환자 자신의 세포로 체세포 배아복제를 해 줄기세포를 얻고 여기서 치료용 세포를 배양해 환자에게 이식하면 거부반응이 전혀 없이심장질환이나 당뇨병,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배아복제는 그것이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 것이든체세포복제를 통한 것이든 윤리논쟁을 피할 수 없다.

현재 미국 등 일부 국가의 민간 연구기관은 불임치료용으로 만든 냉동배아 중폐기될 예정인 것을 기증받아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으나 냉동배아 자체가 정상적인 태아가 될 수 있는 생명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복제 반대론자들은 체세포 복제에서도 생명체인 배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줄기세포 치료법이 핵심적인 미래의학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여 종국에는 윤리논쟁이 줄기세포 연구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제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는 또 하나의 연구는 인체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형질전환 동물을 만드는 것이다.

인체이식용 장기를 생산할 동물로는 돼지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꼽힌다. 이 부분에서는 미국의 ACT사와 영국의 로슬린연구소 자회사인 PPL 세러퓨틱스가 치열한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와 의대 서정선 교수팀이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돼지를 체세포 복제할 때 체세포의 유전자 가운데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했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도록 만드는 `초급성거부항원(α1.3-Galactosyl transfrease) 유전자''의 기능을 무력화시킨 뒤 핵을 제거한 난자와 결합시켜 복제돼지를 만들면 여기서 얻은 장기는 사람에게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PPL 세러퓨틱스는 "지난 4월 자신의 DNA구조에 각각 외부의 `유전표지''가 삽입된 복제돼지 5마리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며 "이는 곧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형질전환 돼지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형질전환 동물을 통해 인체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물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할 가능성 또는 동물단백질이 인체 내에서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태다.

복제와 형질전환 동물과 관련해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윤리논쟁이 어떻게끝나든 관련 연구의 진보는 계속될 것이며 생명공학은 21세기 세계경제의 판도를 결정하는 중요산업이 될 전망이다.

생명공학 육성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그로 인해 빚어지는 결과는 후손들의 몫임을 인식해 우리 사회가 신중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에든버러<英 스코틀랜드>=연합뉴스) 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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