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사장, “일본에 저가형 초고속 ADSL서비스 제공”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말 일본의 선두 인터넷 기업 소프트뱅크의 억만장자 최고경영자인 손 마사요시(재일교포·孫正義)가 자신의 가장 야심적인 벤처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야후BB를 설립하고 일본인들에게 한달에 불과 2천2백엔 정도에 초고속 ADSL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뉴스위크의 스티븐 레비 기자가 도쿄(東京)에서 孫사장을 만났다.

- 광대역 회사를 설립하게 된 동기는.

나는 항상 인터넷은 더 빠르고 싸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가격은 비싼 반면 속도는 느리다. 이 문제를 아무도 개선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 내 기본 입장이다. 이 일을 좀더 일찍 할 수 없었던 것은 일본전신전화(NTT)의 독점 때문이었다. 지난해 말 새로운 법의 통과로 NTT가 네트워크를 개방하게 됐다.

나는 “OK, 이제 때가 왔다. 이제 불평만 할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낮은 가격에 높은 성능을 약속하고 있는데 무슨 비결이 있는가.

먼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가장 이상적인 가격과 속도는 얼마인지 내 자신에게 물었다. 주문형 비디오(풀 스크린 비디오, 풀 스테레오 사운드, 영화·음악)에는 2∼4Mbps의 데이터 처리용량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 정도의 성능과, 현재 최종 소비자들이 전화접속 사용료로 내고 있는 60∼80달러의 4분의 1 가격을 목표로 삼았다. NTT는 분당 사용료를 부과한다. 사용시간이 늘어나면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최종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전화접속료의 4분의 1 가격에 1백배 빠른 속도다. 그래서 그것을 타깃으로 정한 다음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 진행했다.

- 어떻게 그 일을 해낼 것인가.

우리에게는 뜨거운 정열과 신념이 있다. 오늘날 일본에는 PC를 통한 인터넷 접속자 수가 2천5백만명에 이른다. 3년 후에는 4천만명에 달할 것이다. 4분의 1 가격에 1백배의 속도, 야후 브랜드의 품질, 그리고 야후 일본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우리는 훨씬 더 큰 시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 그 자체로 수익성이 보장되는가. 콘텐츠와 거래 수수료는 필요없는가.

물론 콘텐츠와 더 흥미로운 광고로 수익을 올릴 것이다. 소형 배너 광고가 아니라 풀 스크린의 비디오와 풀 사운드 광고, 그리고 각종 유료 콘텐츠 사업을 벌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접속자수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 자본이 귀한 때 아주 대담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보고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다. 한 2∼3년 뒤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해 보기로 하자. 최종 이용자가 바라는 것들을 실현시키다 보면 비즈니스는 자연히 따르게 마련이다. 그것이 내 사고방식이다.

- 그렇게 되면 일본이 인터넷에서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 이 똑똑한 학생들, 이 젊은이들이 모두 머리가 모자라고 광대역 기술을 이용할 줄 모르는 것처럼, 그리고 광대역이 미래의 기술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처럼 손가락질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다. 광대역의 활용을 막고 있던 유일한 걸림돌은 일개 회사였을 뿐이다. 그러나 규제완화로 이제 네트워크가 개방됐다.

- 그러나 NTT가 늑장을 부리면서 일을 방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현재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늘 그들과 씨름을 해야 한다. 완전히 푸른 하늘은 아니지만 이제 구름 틈새로 약간의 햇살이 비치는 정도다. 계속 노력해서 구름을 완전히 걷어내야 한다.

- 이번 벤처 사업에는 1천억엔이 들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사업에 사운을 건 것인가.

사람들이 겁을 먹을 것이기 때문에 투자규모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 본인은 겁먹은 것 같지 않은데

나는 자신이 있다. 앞으로 우리 주가가 떨어진다 해도 상관없다. 벌써 주문 쇄도로 사이트가 마비될 지경이다.

- 이것이 인터넷 업종 주가폭락에 대한 해결책인가. 귀사는 최고가에서 90% 빠진 상태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동차·전기·전화가 그랬듯 1백년에 한번 있는 혁명이다. 협대역은 인터넷이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기술적 깊이의 시작에 불과하다.

협대역으로 어떤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가. 텍스트와 그림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가. 그런 것들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가. 광대역은 전체 시장규모를 확대하고 그것은 갖가지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 것이다. 그 규모는 수백배 더 클 것이며 사람들은 유료 콘텐츠를 이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유료 콘텐츠 사업은 오래 전부터 인터넷 사업자들의 꿈이었다. 마침내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Steven Levy 기자
자료제공 : 뉴스위크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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