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여인천하' 는 클로즈업 천하

중앙일보

입력

시청률 40%를 넘어서며 KBS1 '태조왕건' 과 시청률 1.2위 다툼을 하고 있는 SBS 사극 '여인천하' (월.화 밤 9시55분) .

중전(전인화) 의 임신이 사실인가 아닌가 등 비교적 단순한 갈등 구조로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뭘까.

우선 김재형PD 특유의 클로즈업 처리를 꼽을 만하다. 클로즈업은 영화와는 상대도 되지 않는 작은 TV화면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기술.

'여인천하' 의 경우엔 '극한 클로즈업' 이란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이마에서 턱밑까지만 잡는 화면이 연속 등장한다. 이런 화면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등장 인물의 심리 상태로 빠져들게 하는 효과를 지닌다.

갈등 관계에 있는 중전과 경빈박씨(도지원) 의 대사를 이어붙여 두 사람이 서로 으르렁대며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도록 한 편집술을 빼놓을 수 없다.

또 "뭬야~" (도지원) , "뭐라~" (전인화) 등 극중의 대사가 젊은층에 유행어가 되도록 할 정도로 열연하는 출연자들의 빛나는 연기가 인기의 배경이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원래 50부작으로 예정했던 이 드라마는 내년 봄 개편인 4월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거의 확정한 상태다. 횟수로는 총 1백20여회다.

이러다보니 한편에선 "사건 진행의 템포가 더뎌지고 있다" 는 시청자들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세 권짜리인 월탄 박종화의 원작소설과 비교하면 17일 방영한 48회까지 내용은 소설 첫권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지난 10일 방영분의 주요 이야기가 된 중전의 회임 여부는 오는 30일 중전이 진맥을 다시 받은 뒤에야 사실로 드러난다.

그 후에는 중전의 회임이 거짓이라고 소문낸 후궁들에 대한 징벌이 한동안 이어진다. 기록에 따르면 문정왕후는 이후로도 딸을 셋이나 더 낳은 뒤에야 훗날 명종이 되는 아들을 낳는다.

김재형PD는 "중전의 회임은 조선왕조의 법통을 이어간다는 뜻에서 권력의 지각변동을 야기하는 중대한 사건이며 문정왕후에게 권력이 넘어오는 것을 뜻한다" 며 "이런 상황을 모르는 시청자들의 눈에는 궁금증 때문에 사건 전개가 더뎌 보이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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