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탄 환자도' 빈민위한 무료 진료병원, 결국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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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TBC 캡처

30년 동안 가난한 서민들을 무료로 진료해 온 병원이 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돈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연을 JTBC가 보도했다.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도티 기념병원.
미국 몬시뇰 신부와 후원자 도티씨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1982년 문을 열었다.30년 동안 하루 평균 100명의 환자를 무료로 진료했다. 이곳을 찾는 환자는 한달에 5만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내는 극빈층이나 그 바로 위의 차상위계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두 달 전부터 진료비를 받는다. 30만원으로 한 달을 버티는 이정희 할머니는 통증완화 주사를 맞기 위해 1만원을 내야한다.

[이정희/서울 약수동 : 담배 꽁초 치우는 걸로 먹고 살아요. 그 전엔 공짜로 맞았는데 갑자기 돈을 냈는데 하여튼 만원 내니까….]

장순자 할머니는 일반 병원 보단 싸다며 여전히 도티 병원을 찾는다.

[장순자/서울 응암동 : 우리 아들도 다리가 아파서 일도 못 나가고 며느리가 뜨게질 하는 걸로 살아요. (도티병원) 없으면 어떻게 살아요. 몇가지 (진료)를 받았는데 돈도 조금 받잖아요.]

무료 진료를 못하게 된 건 인근 병원에서 의료법 위반이라며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티병원은 전체 진료비 가운데 환자가 부담하는 20~50%를 한푼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급여법 상 환자부담금을 받지 않거나 깎아주는 것은 유인행위에 해당돼 불법이다. 도티병원은 인근 병원과 상당히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사람이 찾아오면 상담을 통해 돌려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인근 병원에선 피해를 본다고 주장할까.

도티병원에서 5백미터가량 떨어진 병원가. 도티병원의 무료 진료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구체적으로 어떤 피해인지 한번 들어보겠다.

[A병원 관계자 : 제가 설명을 다 해주고, 실제 검사는 거기에서 하고.. 초음파로 볼게요 하니까 그쪽 가면 공짜라고 가는 분도 있고요.]

도티병원이 예전과 달리 부자 환자까지 끌어들여 돈을 번다는 불만도 나온다.

[B약국 관계자 : 아우디, 벤츠 타고 오는 분들은 없어서 오는 게 아닌데 도티 병원에서 제지를 전혀 안하잖아요.]

무료 진료가 문제될 게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C병원 관계자 : 그 분들은 어차피 비용을 적게 내니까 타격이 있었다? 그런 건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가난한 환자들이 다시 공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걸까?

[김미연/서울 은평구청 의약팀장 : 병원은 본인부담금을 면제할 수 없고, 지자체장의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가능한 데 개인별로 심사를 받아야 됩니다.기간도 정해져 있고….]

30년 동안 188만 명의 환자를 치료해 온 도티 병원.법적 논란과 주변 병원의 견제 탓에 원래의 취지가 빛을 잃고 있다.

온라인 중앙일보, 이서준, 천권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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