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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반년새 21% 올라…강북도 오름세

중앙일보

입력

요즘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아직 크게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값이 뛰고 있어 서민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 저금리가 매매값 부채질=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매매값 오름세를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모두넷 조사에서도 상반기 서울지역 재건축 대상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해 말에 비해 21.04%나 올랐다. 반면 일반 아파트값 상승률은 4.56%에 그쳤다.

저밀도지구 재건축 대상인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공1단지 13평형은 연초 2억4천5백만원에서 요즘 3억5천5백만원선으로 6개월 사이 호가 기준으로 1억원 이상 올랐다.

강동구 둔촌동 주공3단지 23평형 매매값도 연초 1억6천만원이었으나 재건축이 가시화하면서 2억3천5백만원으로 7천5백만원이 뛰었다.

저금리 체제로 갈 곳 없는 시중 여윳돈이 토지 등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은 외면한 채 되팔기 쉽고 가격상승 가능성이 있는 재건축 아파트에 집중되는 것이다.

일부 재건축아파트에는 투기 수요까지 붙고 있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아파트를 샀다가 잔금을 치르기 전에 미등기 전매하는 '찍기' 라는 신종 투기 수법까지 나왔다고 부동산업계는 전한다.

또 자금력이 탄탄한 큰 손들이 재건축 대상 아파트 물량을 여러 개 확보한 뒤 시공사 선정 등에 관한 소문을 퍼뜨려 값을 올린 뒤 일반인들이 찾아오면 하나 둘씩 되팔기도 한다는 것.

이에따라 상당수 재건축 관련 아파트들은 값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여서 지금 사면 자칫 큰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편 낮은 금리로 굴릴 곳을 못찾은 여윳돈이 소형아파트에도 쏠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 상계동 등 소형아파트 밀집 지역의 아파트값은 2년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상계동 주공10단지 23평형은 9천만~1억원으로 연초보다 8백만원 올랐다.

상계동 럭키부동산 박하순 사장은 "최근 명예퇴직이 다시 늘면서 명퇴금으로 소형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며 "이들은 대부분 월세를 놓아 고정수익을 올리려는 목적" 이라고 전했다.

◇ 1년 내내 전세파동=전세 부족현상은 서울 강남.목동, 분당.일산 신도시 등 인기지역은 물론 서울 영등포.성남 등 그동안 비인기지역으로 꼽히던 곳도 마찬가지다.

서울 구로구에서 가장 큰 단지로 지난 5월 입주한 개봉동 현대훼미리 1, 2차는 3천3백여가구의 대단지이면서 20~30평형대가 2천4백50여가구에 이르지만 전세 물건이 거의 바닥났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 목동현대아파트 33평형(전체 2천76가구 중 5백46가구)의 경우 전세 예약 건수만 중개업소마다 10여건씩 쌓여 있지만 5월 이후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서울은 물론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산신도시 백석동 거촌공인중개사사무소 백인희씨는 "연초부터 전세물건이 모자라더니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며 "중개업소마다 대기자가 줄을 서 있고 9~10월에 입주할 전세아파트를 찾는 사람도 있다" 고 전했다.

특히 재건축 이주단지의 주변 아파트는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물건을 구할 수도 없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삼성래미안 32평형 전세는 연초 2억2천만원이던 것이 지금은 3억원을 호가하지만 물건이 없다.

인근 재건축 동아아파트가 철거돼 이주가 시작됐고, 대치주공 고층아파트도 하반기 이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세난이 계속되는 가장 큰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지난 2~3년간 중소형 아파트 공급량이 부족했던 탓이다.

1998년부터 연간 주택공급 물량은 50만가구에서 30만~40만가구로 줄었다. 특히 98년 소형의무비율이 폐지되자 주택업체들이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4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바람에 20~30평형대의 공급 부족이 심화됐다.

이때 지은 아파트가 입주하는 지난해 말부터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손용태.강황식 기자 syt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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