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내달부터 자율화 '자동차 보험료'

중앙일보

입력

운전경력 3년째로 1천5백㏄ 소형 승용차를 굴리며 가족 한정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35세 남성이 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이 밝힌 한국 표준 운전자다.

이 운전자가 현재 A보험사를 통해 내는 자동차보험료는 연간 46만9천9백20원인데, 다음달부터는 45만3천3백10원으로 1만6천6백10원이 줄어든다. 가족한정이 아닌, 모든 사람이 운전할 수 있는 기본 가입자라면 보험료가 더 줄어든다. 65만80원에서 51만5천6백60원으로 13만4천4백20원을 절약할 수 있다.

◇ 다음달부터 보험료 인하 봇물

이처럼 자동차 보험료가 싸지는 것은 다음달부터 자동차보험료가 완전 자율화되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9일 "11개 손해보험사로부터 보험상품 신고를 받아 심사한 결과 보험료가 평균 2~3% 인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 밝혔다.

특히 자동차보험에 처음 가입하는 사람은 종전보다 평균 10% 이상 내린 보험료를 내면 된다. 1천㏄ 이하의 경소형차 및 2천1㏄ 이상의 대형 승용차를 갖고 있거나, 자동차보험 기본가입자도 10% 이상 보험료가 낮아진다. 연령별로는 26~29세, 30~47세가 가장 큰 혜택을 본다.

이같은 조건을 두가지 이상 갖추면 보험료가 더 싸진다. 예컨대 경소형차를 가진 26세 운전자라면 14%가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한 회사의 경우 30대 및 40대 운전자의 보험료가 현재 2백63만원에서 1백54만원으로 1백9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는 보험사들이 제출한 인하 방안을 금감원이 분석해 놓은 평균치다. 따라서 보험사별로, 연령별로, 차종별로 인하 폭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1천만원짜리 소형차에 대해 26세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할 경우 회사별 보험료가 연간 17만원까지 다르게 나타났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극단적인 경우로 중형차를 사 보험에 처음 가입하는 경우 회사별로 연간 보험료가 1백13만원까지 달라진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는 보험사의 가격체계가 비슷했는데 앞으론 회사별로 보험료 산정 모델이 달라져 단순하게 비교하기 힘들어지므로 보험료 절약을 위해선 그전보다 꼼꼼히 챙겨야 한다.

특히 모든 운전자가 할인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21세 이하의 운전자나 스포츠카를 갖고 있는 운전자는 오히려 보험료가 오른다. 50세 이상이면서 자녀 운전자까지 포함한 가입자도 인상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들의 경우 평균 30%가 오른다" 고 밝혔다.

금감원은 곧 홈페이지(http://www.fss.or.kr)에 차종별.연령별 최고 및 최저 보험료와 평균보험료를 게시할 예정이다.

◇ 어떤 보험상품을 고를까

보험사별로 조건이 다양해져 몇가지 예시 만으로는 가입자의 개별 사정을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험사나 총괄대리점 등에 이러이러한 조건으로 보험에 들면 보험료를 얼마나 받는지 물어 비교하는 것" 이라며 "이 때 보험료뿐만 아니라 보상서비스 수준이나 보험사의 지급능력도 따져야 한다" 고 권고했다.

보험사별로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어떤 회사는 새로 가입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전략이고, 다른 회사는 2~3년차 가입자의 보험료를 집중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번 선택한 보험사를 고집하지 말고 보험가입 경력에 따라 보험사를 옮겨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보험보상 종목(대인배상.대물배상.자기신체.자기차량 손해 등)가입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므로 여러가지 가능성을 모두 비교해야 한다. 또 가격과 함께 보험사가 제시하는 보상 등 부대 서비스의 수준도 따져야 한다.

올해 8월 이전에 처음으로 가입한 사람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최초 가입자 할인율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입경력이 긴 사람은 이런 방법이 오히려 불리하다.

◇ Q & A

- 기존 가입자도 혜택을 보는가.

"기존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동차보험료는 향후에 지급될 보험금을 예상해 가입자에게 미리 거두는 것이므로 보험료 조정은 기존 계약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

- 기존 계약을 해약하고 새로운 보험에 들면 어떤가.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해약하면 돌려받는 보험료가 적을 수 있고 무사고 경력 인정에서도 손해를 볼 수 있으므로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 "

- 모든 가입자가 보험료를 지금보다 적게 내는가.

"그렇지 않다. 보상 종목이나 차종에 따라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거둔 보험료 중 내주는 보험금의 비중이 줄어 보험료를 내려받는 보험사가 많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험료가 내릴 것이라는 얘기일 뿐이다. "

- 26~29세 계층의 보험료가 많이 떨어진다는데.

"그동안 이 연령층의 사고율이 높았다. 그런데 요즘 이 계층의 차량 소유가 크게 늘면서 사고율이 떨어졌고 보험사들이 이 계층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보험료를 많이 내린 것 같다. "

- 인하폭은 보험사별로도 차이가 큰가.

"차이가 크다. 예를 들면 배기량 1천1~1천5백㏄, 차값 1천만원인 소형차를 가진 26세 남자 운전자가 처음 보험에 든다면 현재 보험료는 1백95만여원이지만 다음달부터는 A사는 1백13만여원, B사는 1백30만여원을 받는다. 두 회사 모두 보험료를 내리지만 회사별로 17만원 정도의 차이가 생긴다. "

정선구.허귀식.최현철 기자 sun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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