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3번의 연장 … 페테르센이 결국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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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페테르센(오른쪽)이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끝난 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연장 3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청야니(왼쪽)로부터 축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동물은 ‘호랑이’라고 말하는 여자.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좋아하는 여자.

 수잔 페테르센(31·노르웨이)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연장 3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했다.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3라운드. 5타 차 단독선두로 출발한 페테르센은 2타를 잃어 합계 11언더파로 카트리오나 매튜(43·스코틀랜드)에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하지만 페테르센은 연장 세 번째 홀에서 2m짜리 버디를 낚아 승리했다. LPGA 투어 멤버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페테르센은 통산 9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다혈질인 페테르센은 ‘돌아가는 법’이 없다. 1m73㎝ 큰 키에 금발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걷는 모습은 마치 호랑이 같다. 마지막 날 매튜에게 무려 7타나 앞서 있다가 꼬리가 잡힌 것은 파3의 3번 홀(147야드)과 12번 홀(175야드)에서 모두 더블보기를 했기 때문이다. 3번 홀 티샷은 워터해저드에, 12번 홀 티샷은 턱이 높은 가드 벙커에 빠져 위기에 몰렸다. 연장전에서도 불같은 성격은 여전했다. 페테르센은 18번 홀(파5·500야드)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도 공이 페어웨이에 있든, 러프에 있든 무조건 우드로 2온 공략을 시도하는 강공을 펼쳤다. 결국 3차전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리고도 핀 2m에 붙여 버디를 낚아 파에 그친 매튜를 물리쳤다. 14번 홀까지 6타를 줄이며 한때 2타 차 단독선두에 올랐던 매튜는 16번 홀(파4) 보기 때문에 연장전에 끌려나가 페테르센에게 패했다. LPGA 투어 사무국의 숀 변 토너먼트 비즈니스 매니저는 “물처럼 부드러운 주부골퍼 매튜가 불같은 성격의 페테르센을 어쩌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고 했다.

 “열정이 지나쳐 자신의 길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는 페테르센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어떤 보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 년 전부터 한국 문화에 푹 빠져 있다. 나도 말춤을 잘 춘다”고 했다.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청야니(23·대만)는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하고 합계 10언더파 단독 3위에 만족했다. 박세리(35·KDB금융그룹)가 9언더파 단독 4위, 프로 데뷔전을 치른 김효주(17·롯데)는 1언더파 공동 25위의 성적을 냈다. 이날 대회장에는 2만 명의 갤러리가 찾아 LPGA 투어 톱 랭커들의 샷 대결을 즐겼다.

영종도=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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