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이닉스 감산배경과 향후 전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전격 단행된 하이닉스반도체의 감산조치는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D램시장의 여건상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상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격폭락세를 진정시키려면 감산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동성 위기의 악몽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하이닉스로서는 현단계에서 `강요된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하이닉스의 이번 감산에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이저들이 동참하지 않는 한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 하이닉스 감산배경 = 지난달 12억5천만 달러의 GDR(해외주식예탁증서) 발행에 성공한 하이닉스로서는 D램 값 폭락세가 또다시 자구노력의 발목을 잡아왔다.

주력제품인 64메가 D램이 원가(2달러 안팎 추정)에 크게 못미치는 1달러 미만에서 맴돌면서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캐시 번(CASH BURN.현금이 증발하는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위기감을 내비친 바 있다. 삼성전자 등 다른 메이저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체력''이 떨어진 하이닉스로서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일본과 대만업계의 감산발표를 필두로 세계 반도체의 업계의 감산공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점도 하이닉스의 결정을 앞당긴 요인으로 분석된다.

◆ 감산효과 분석 엇갈려 = 현재 세계 D램 공급량(64메가 D램 환산기준)은 연간50억개(월간 4억2천만개)로 수요량보다 5∼6% 과잉상태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있다. 하이닉스는 세계 D램 공급물량의 17%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 유진공장에서 6개월간 감산키로 한 생산량은 7천200만개. 산술적으로는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심리적 영향 등 간접효과까지 감안하면 2∼3% 정도의 감산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일본과 대만 등 다른 반도체 메이커들의 감산예정 물량을 감안하면 수급균형에 근접하는 수준까지도 예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이번 감산이 64메가 D램 비중축소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128메가 D램으로의 세대교체를 가속화시켜 감산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업계 일각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산의 효과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현재 세계 메이저업체들의 재고수준이 통상 3주치의 3배인 10주치 이상인데다 이번감산이 이미 사양화된 64메가 D램의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포트폴리오 조정의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감산효과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시장점유율이 높은 다른 메이저들의 감산공조가 뒤따르지 않는 한 이번 감산은 `절름발이''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일시적인 가격반등은 몰라도 본격적인 가격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도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이 감산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반도체업계 감산 동조할까 = 하이닉스의 이번 감산조치는 일본과 대만 등 후발업체들의 감산을 앞당기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감산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후지쯔와 NEC의 합작사인 엘피다와 도시바 등 일본업체는 이미 비메모리부문과 함께 D램 감산계획이 흘러나오고 있고 밴가드 등 대만업체들도 이에 적극동조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메이저업체들의 감산여부로 `감산불가''라는 기존 입장에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가 없다. 감산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섣불리 감산에 나섰다가 다른 경쟁업체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가능한 수준에서 현 상황을 감내한다면 세계 생산능력 순위 10위권 안팎의 군소업체들을 자연스럽게 도태시켜 수급사정이 개선될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PC 수요회복 지연 등 반도체 경기가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어서 몇개월 시차를 두고 일정규모의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