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사 속으로 사라진 명문구단 해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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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와 조흥은행이 18일 인수 작업을 사실상 타결함에 따라 국내 프로야구 최고의 명문구단 해태 타이거즈는 다음달이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해태 타이거즈는 일본에서 복귀한 `야구 천재' 이종범이 전력에 가세한 새로운 모습으로 오는 8월1일부터 `기아 타이거즈'로 팬들앞에 선다.

82년 출범 당시 광주와 전남북을 연고를 탄생한 해태는 첫 해 6개팀중 4위에 그쳤지만 이듬 해인 83년 명장 김응용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뒤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일궈냈다.

80년대 초반 고질적인 `선수 기근'에 허덕이던 해태는 85년 `국보급 투수' 선동열이 입단하고 `해결사' 한대화가 이적해 오면서 본격적인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86년부터 89년까지 국내 야구사에 전무한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일군 해태는 이기간에 김봉연과 김성한, 김준환, 김일권 등 호타 준족을 자랑하는 특급타자들이 줄줄이 포진했고 마운드에는 선동열를 비롯해 김정수, 문희수, 조계현, 이강철 등이 빼곡이 버티며 최강 팀으로 군림했다.

90년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스타들이 해태의 전성기를 이어갔다.

93년 `야구 천재' 이종범과 `차세대 에이스' 이대진의 입단으로 전력을 물갈이한 해태는 91년에 이어 93년, 96년, 97년 연거푸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 통산 9차례나 우승컵을 호남선에 실었다.

지난 해까지 총 18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해태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중에서는 두산과, 롯데, LG, 현대가 각각 2번 우승, 한화의 한 차례 우승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통산 9번 우승은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위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해태는 80년 광주사태로 인해 실의에 빠졌던 호남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던 구단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군부독재로 암울했던 시절 해태야 말로 호남인들이 뭉칠수 있던 구심점이었다.

그런 해태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97년 IMF로 인한 모그룹의 부도였다.

해태는 심각한 자금난 속에 간판스타인 선동열과 이종범을 각각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로 트레이드해야 했고 최근에는 운영자금마저 부족해 공개 매각에 나서게 됐다.

지난 겨울 18년동안 `호랑이 군단'을 이끌었던 김응용감독 마저 떠나 보내야 했던 타이거즈는 신임 김성한 감독의 지휘아래 올시즌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기아자동차로 유니폼을 갈아 입게 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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