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이야기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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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호 04면

벌써 몇 년 전 일입니다. 디즈니 아시아에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내놨습니다. 아시아 각국의 이야기를 ‘디즈니 스타일’로 만든 것이었죠. 한국 것은 ‘우렁각시’였습니다. 상투를 모자처럼 쓰고 벗는가 하면 한복의 옷 매무새도 몹시 달랐습니다.

하지만 그 어색함에 웃음이 나오기보다 이들이 정말 이야기에 굶주려 있구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닭살이 돋았습니다. 올림픽 전후로 전 세계에 개봉한 드림웍스의 ‘쿵푸 팬더’(2006)와 ‘쿵푸 팬더2’(2011)가 베이징 올림픽의 과실은 다 따먹었다는 얘기도 그 방증입니다.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아시아 100대 스토리’를 선정하고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했습니다. 18일 중앙대에서 열린 ‘아시아 스토리 전승과 활용-라마야나와 아시아’ 워크숍은 인도 정신문화의 뿌리인 ‘라마야나’가 주제였습니다. 기원전 3세기께 만들어진 라마야나는 전체 7편으로 2만4000편의 시구로 구성돼 있습니다. ‘라마의 일대기’라는 뜻으로, 힌두교 3대 주신인 비슈누신의 아바타인 라마 왕자의 모험과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문학·음악·미술·무용 등 인도 문화는 물론 언어·종교·법률·경제 등 전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심지어 그 힘은 동남아까지 퍼졌다고 하네요. 작품 속 원숭이 장군이 ‘손오공’의 모델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 솔직히 처음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앎이란 얼마나 편향적이고 좁고 얕은 것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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