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중 고용 동향] '숨은 실업' 9만9천명 늘어

중앙일보

입력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6월 중 고용동향은 실업률이 낮아지고 실업자가 줄어 언뜻 보기에는 고용사정이 나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취업자는 5월보다 3만1천명이 줄었고,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채 실업자 대열에조차 끼지 못하는 사람이 9만9천명 늘었다. 구직활동 여부에 따라 실업자 여부를 결정하는 통계 조사상 허점 때문에 지표상으로만 실업률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업이 경기변화보다 늦게 나타나는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실업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일자리 어디서 줄었나=제조업 취업자가 6만6천명 줄었다. 특히 음식료업과 전기.기계장비 제조업에 임시로 고용됐던 여성 취업자가 두드러지게 감소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부문에서 지난 3~5월 1백58만명의 취업자가 늘어남에 따른 조정과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자영업자 가운데 3만1천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않고 당분간 집에 눌러 앉은 것으로 통계청은 보고 있다.

이에 비해 미약하지만 회복기미를 보이는 건설업과 개인.공공서비스 부문에선 취업자가 늘었다. 건설업은 1만7천명, 개인.공공서비스는 2만8천명이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전기.기계장비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최근 정보기술(IT)분야의 침체와 관련이 있다" 면서 "그래도 조금씩 늘어나는 내수가 일부 서비스 업종에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고 분석했다.

◇ 하반기에는 어떨까=계절적으로 6월에는 농림.건설업 취업자가 늘어 실업률이 낮아진다. 이에 비해 7월은 농림.어업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드는데다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원해 실업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수출.투자 감소 등으로 경제규모가 오그라듦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국내 경기 순환으로 보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는 6만여명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성장률이 '낮은 4%대' 로 떨어지면 실업자가 10만여명 더 늘어나리란 예상이다. 국내 경기의 회복 시기가 내년 이후로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 유경준 연구위원은 "최근 실업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산업구조 변화와 경제성장 둔화에 따른 구조적인 성격이 강하다" 며 "장기 인력수급 계획을 짜는 등 장기 실업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주장했다.

송상훈 기자 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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