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심리 위축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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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와 동남아 증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중남미는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디폴트)위기가 계속되면서 브라질 등 인근 국가 증시까지 강타하고 있다. 대만과 싱가폴 등 동남아 증시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제품의 대미(對美)수출이 급격히 줄면서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남미.동남아 발 위기가 국내 증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등의 금융위기가 신흥국가에 파급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신흥시장(이머징마켓)에 대한 리스크(위험)가 전반적으로 엄격해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선진국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취약한 국내 증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종합주가지수가 500선 아래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의 의견이다.

◇ 심각한 아르헨티나.대만 증시〓아르헨티나 증시는 올들어 지난 4월말까지만 해도 연초 지수 수준을 맴돌면서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금융위기 조짐이 본격화한 4월말부터 지난 15일까지 두 달여동안 21.37% 하락하며 1995년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중이다. 이는 세계은행의 잇따른 자금지원으로 디폴트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결국 1천2백80억달러에 달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하리라는 비관적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동남아 증시도 태국 등 몇개 나라를 제외하고 모조리 약세다.

대만 가권지수는 18일 전날보다 152.10포인트(3.48%) 급락한 4, 219.89로 마감했다. 4월 중순 이후 3개월간 28%나 하락하며 93년 11월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또 홍콩증시가 올들어 16.45% 내렸고, 싱가폴 증시(-14.01%)와 말레이시아(-8.62%)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주가 하락은 IT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대만의 경우 전체 수출의 55%를 차지하는 전기전자.기계업종의 부진으로 2분기 수출이 17% 감소했다. 싱가포르 경제도 IT침체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중이다. 지난 12일부터 급락한 일본주가도 18일 4개월만에 1, 2000선 밑으로 내려 앉아 90년이후 최저치에 근접했다.

◇ 외국인 순매수 위축될 듯〓9백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를 감안할 때 아르헨티나 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수출구조가 비슷한 동남아 국가의 주가 하락은 국내 증시에도 상당한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IT 수출비중이 40%로 대만보다는 낮지만 국가 경제와 기업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 라며 "국제적으로 달러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경우 환율과 주가의 동반 약세를 불러올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중남미.동남아 경제의 어려움이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들의 투자 위축을 불러오리라는 전망도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세중 연구원은 "1995년 중남미 위기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 단기적으로는 다른 지역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했지만 결국 전체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가 모두 줄었다" 며 "아르헨티나 위기가 한국의 안정성을 상대적으로 부각시켜 대한(對韓)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는 환상" 이라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tigera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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