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마을과 전원주택의 미래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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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과 맑은 공기, 한적한 농촌에서의 전원마을은 많은 사람들의 꿈이요 희망이다.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며 수익도 가능하다면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귀가 솔깃할 것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정부 정책 중에 ‘전원마을조성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도시생활자들이 20여 명 정도 시골에 내려와 마을을 형성하면 최대 10억 원 정도의 지원을 통해 도로, 상하수도, 통신시설,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만들어주는 제도이다.

농촌을 살리려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들의 노력은 이 외에도 다양하지만 현재 이 제도를 통한 접근이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형편이다.

중앙정부의 정책 지원에 보태 부동산 업자와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지방이 답이라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전원마을을 만들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펜션을 운영하거나 블루베리를 키우면 힘들이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도 한다. 싼 땅을 개발해서 정부의 지원을 그것도 호당 5천만 원에 이르는 공돈을 받고 비싼 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물론 전원생활을 하면서 소일삼아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 논리의 골자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농촌지역에 쾌적하고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 조성을 지원하여 도시민의 농촌유입을 촉진함으로써 농촌인구 유지 및 지역 활성화 도모’라는 것이 이른바 ‘전원마을조성사업’의 취지이지만 조성된 단지가 대부분 외부와 격리되어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음은 물론 대부분 입주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청사진에는 펜션이나 테마마을을 통해 외부와 교류하고 기존 마을과 소통하며 스스로 활력을 찾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와는 동떨어져 있어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전원마을의 경우에도 분양이 안 돼 임대로 겨우 채워나가고 있는 형편이다.

나아가 이미 작년부터 수익성 악화로 펜션에 대한 대출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 산촌생태마을의 연간 가동률이 8%에 불과한 상황이어서 소박한 전원에의 꿈은 그야말로 꿈에 불과하게 되어버렸다.

전원마을 전문가이자 주식회사지주클럽 대표 컨설턴트인 정한영(40) 씨는 최근 『생선장수 전원마을 염장지르기』(토담미디어)라는 책에서 성공하는 전원마을조성사업의 절대 조건은 ‘입지’라고 말하고 있다.

“전원마을 사업의 향배는 입지에 달려 있습니다. 산속에 고립되어 노인들끼리 살아가는 적막한 마을이 얼마나 이어질 수 있을까요? 정부에서 주도하는 ‘전원마을조성사업’의 가장 큰 맹점은 마을의 생명력이나 지속적인 유지에 대한 관심과 철학이 없다는 것입니다. 의욕만 앞서서 일단 만들어놓고 보자는 식이라는 거죠. 더욱이 전원마을 조성이 가능한 땅 중에 만만한 가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이제 거의 없다고 봐야죠. 따라서 입지야 말로 성공을 가름하는 중요한 단서일 겁니다.”라고 전했다.

‘전원마을조성사업’이 성공하려면 공짜로 도로 닦고 전기와 인터넷 넣어주면 마을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는 단순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생명력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있어야만 사업의 원래 취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오로지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인 서민들에게 헛된 오해를 불러일으켜 전 재산을 엉뚱한 곳에 투자하게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한영 씨는 “단적으로 말하자면 젊은 새댁이 살 수 있는 곳이면 됩니다. 나무를 옮겨 심을 때 토지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나무 자체죠. 과실을 얻으려고 하면서 굳이 고목을 옮겨다 심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경치만 좋다고 전원마을이 조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입지 자체에 젊은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배어 있어야 합니다.”라며 조심스런 접근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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