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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명태 쿼터 중단” 엄포 … 게 때문에 명태대란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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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게맛살은 게 맛이 나지만 대부분 명태로 만든다. 게와 명태가 상부상조해 온 셈인데 두 생선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러시아 바다의 게 불법 어획 문제가 한국의 명태 쿼터로 불똥이 튈 기세다. 자칫하면 내년엔 명태 구경이 어려워질 판이다.

 안드레이 크라이니 러시아 수산청장은 17일(현지시간) “일본과 한국이 게 불법 조업을 계속 묵인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두 나라와 맺은 모든 협정을 중단하고 쿼터 배당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 관계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한국에 쿼터를 주고 말고는 러시아 마음이다. 러시아의 게 타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연말 쿼터 협상 전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이번에는 ‘쿼터 중단’ 등의 용어를 써 예년보다 발언의 강도가 세다.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운 것도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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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가 명태 쿼터에 영향을 주게 된 건 캄보디아 등의 선박이 러시아에서 불법으로 게를 잡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본 북쪽 항구를 기지로 삼아 활동한다. 이렇게 잡힌 게가 일본 시장에 풀리고, 일부는 한국으로 재수출된다. 크라이니 러시아 수산청장은 “불법 어획되는 게 규모가 월 300~600t”이라고 말했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러시아 게는 지난해 2700t이었다. 올해는 8월까지 3000t으로 양이 늘었다. 러시아의 발언 강도가 세진 이유다. 이 중 얼마가 불법인지는 알 수 없다. 일본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게는 일본에서 합법적인 서류를 갖추기 때문이다. ‘게 세탁’을 한 셈이다. 주 러시아 한국 대사관 최현호 수산관은 “게 불법 조업 문제는 러시아와 일본이 해결할 문제이지 수입자인 한국이 간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을 러시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알지만 물러설 태세는 아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다음 달 중순 어업 쿼터 협상을 할 예정이다. 게와 달리 명태는 국민 생선이지만, 한국 바다에선 명태 씨가 말랐다. 온난화 때문이다. 동해 바다 온도는 1968년 이후 40년간 1.3도가 올랐다. 새끼 명태(노가리)를 먹는 식습관도 영향을 줬다. 2010년에는 ‘명태 현상금(시가의 10배)’까지 걸며 복원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빈자리를 러시아 산이 채웠다. 지난해 한국 어선이 러시아에서 잡은 명태는 4만8796t이다. 생태와 황태는 거의 러시아 산이라고 보면 된다. 게맛살은 러시아에서 잡은 명태가 아닌 가공용 수입 명태를 주로 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명태 값이 하락 추세인 점이다. 러시아 명태의 상당수를 중국·한국에서 손질해 유럽으로 재수출하는데 유럽 경기 침체로 이 수요가 크게 줄었다. 18일 냉동 명태 소비자 가격은 1906원으로 지난해보다 23.5% 낮다. 그렇다고 러시아의 경고를 무시하기는 어렵다. 쿼터가 한번 줄면 늘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와 관계없이 쿼터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조업 대가로 내는 입어료도 협상 대상이다. 올해 입어료는 t당 336달러로 올해 쿼터(4만t)를 기준으로 하면 1344만 달러(150억원)에 이른다. 최근 입어료 추세는 2년간 동결 후 인상을 반복해 왔다. 이 추세대로면 다음 달 협상에서 러시아가 입어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안정적인 명태 수급에 영향이 없도록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연합뉴스]

명태의 명칭 보통 생선 이름은 ‘어’나 ‘치’로 끝나지만 명태는 ‘태’로 끝난다. 조선시대 함북 ‘명’천에서 ‘태’씨(氏)가 잡은 생선이란 데서 유래했다. 얼리거나 말리지 않은 명태는 생태, 얼린 것은 동태라 부른다. 말린 기간에 따라 5개월 이상은 황태, 4~5개월은 영태다. 잡는 방법에 따라 망태(그물), 조태(낚시)로 분류한다. 북어는 건조한 것, 코다리는 보름쯤 말려서 4마리씩 코를 꿴 세트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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