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내 바이오산업 과제] 시약등 국산화 시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올해를 '생명공학의 해' 로 정하고 연구.개발비도 매년 30% 이상씩 증원키로 하는 등 대폭 늘렸다.

그러나 '바이오 강국' 이 되기까지는 바이오 인프라의 부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 실태=국내 바이오벤처 창업 열기는 뜨겁다. 1999년 1백60여개 남짓하던 바이오벤처는 지난 5월 말 현재 99년 말의 세배 수준인 4백90여개로 늘었다.

정부도 바이오벤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05년까지 3천4백78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지난해 2천4백62억원이었던 정부의 바이오산업 연구.개발비는 올해 3천2백80억원으로 늘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과거 바이오벤처는 주로 기능성 식품소재 회사가 많았던 반면 올해는 신약 연구나 DNA칩 등 첨단기술 분야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이 9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산업에 대한 대거 투자에 나선 반면 한국은 이제 출발선에 선 상태다.

99년 한국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는 1천6백억원으로 미국의 0.8%, 일본의 5%에 그쳐 미리 확보해 놓은 기술이 적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과제=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나서서 바이오 인프라를 구축하고, 바이오산업의 주요 자원인 종자.유전자를 지키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바이오 인프라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가장 기초에 해당하는 미생물을 비롯한 동식물 세포를 배양해 파는 곳을 찾기 어렵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독성 시험이 신약 개발에 필수적이지만 이를 수행할 국제 공인 전임상 기관조차 없다.

이 때문에 신약 후보 물질이나 약품 허가를 외국에서 받으려면 미국이나 일본.영국 등의 시험기관에 거액을 주고 맡겨야 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향숙 박사는 "유전체 연구는 시약이나 실험도구 중 1회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국산이 없어 연구비의 60% 이상을 실험용품 수입에 쓴다" 고 말했다.

유박사는 또 "최근 한번 실험하는 데 필요한 1만개 이상의 DNA칩 가격이 40억~50억원에 달해 자체 개발한 결과 4억원대로 줄일 수 있었다" 며 "실험용 소모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선 IMF 이후 종자회사가 모두 외국 회사에 넘어가 종자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됐다.

국제 공동 연구도 토종 유전자 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국내 업체와 연구소가 외국의 지원을 받아 연구할 경우 한국의 유전자 표본이 그대로 외국 지원기관에 넘어가는 사례가 많다" 며 "이를 금지할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고 지적한다.

한양대 응용화학과 박홍우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초기에 생산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의 경쟁력을 키웠듯이 바이오산업도 외국 업체의 제품을 생산해 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한 방법" 이라고 조언했다.

*** 다음호는 産.學.硏이 힘을 합쳐 미국 바이오산업의 한 축을 이끌고 있는 메릴랜드주의 바이오산업 집적지를 벤치마킹합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