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참모총장에게 작전 실패를 따져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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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정용수
정치부문 기자

17일 계룡대 육군본부의 국정감사장. 여야 의원들의 공통된 질문은 지난 2일 발생한 ‘노크귀순’ 사건이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방위원들은 7분간의 질의 시간에 늘 이 문제를 첫머리에 꺼냈다. 정치권과 군 사이에 벌어진 ‘노크귀순 2라운드’가 계룡대에서 펼쳐진 것이다. 특히 조 총장은 해당 부대 사단장 출신이기도 해 질문 공세를 많이 받았다.

 의원들은 조 총장에게 경계작전 실패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을 캐물었다. 조 총장은 매번 “육군 총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육군은 뭘 했느냐”는 추궁에는 “작전에 혼선을 빚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있지만 지원을 하고 있다”고 했다. 상황 보고는 받고 있지만, 나서서 무슨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 같은 의원들의 질문에 육군 참모총장은 답을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그에겐 작전권이 없기 때문이다.

인사·예산과 같은 군 행정, 즉 군정(軍政)을 맡은 자리가 참모총장이다. 작전을 세우고, 지휘할 수 있는 군령(軍令)권은 합동참모본부 의장에게 있다. 일반인들 가운데엔 군 참모총장이 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잘못 아는 이가 많다. 국방위원들이 ‘노크귀순’과 관련한 경계작전을 참모총장에게 질의한 것도 그런 오해에서 나온 듯하다.

 각 군의 최고 전문가이자 각종 정보 집결지인 참모총장은 교전이 발생해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뭘 도와줘야 할지”를 고민하는 위치가 된다. 육군뿐 아니라 해군, 공군 참모총장도 마찬가지다. 같은 군인이지만, 싸우는 일을 맡은 쪽과 관리하는 일을 맡은 쪽이 나뉘어 있는 것이다. 유사시 신속하게 총력 태세를 펴야 할 군 조직 속에 이런 장벽이 떡하니 가로놓여 있다는 건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그동안 숱하게 나왔다.

 대책은 없을까. 이날 국감을 진행한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새누리당)은 “나도 한마디하려 한다. 작전권이 없는 총장을 아무리 질책하면 뭐 하나. 이번 사건으로 총장에게도 작전권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또다시 증명됐다”고 말했다. 각 군을 가장 정확히 꿰뚫고 있는 총장에게 작전권이 있어야 효율적인 작전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계룡대에서 만난 육군 장교들은 “사건이 터져 마음은 분주하지만 마땅히 뛰어들 일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자기들 업무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할 일을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뻥 뚫린 경계 태세를 조이는 참에 어색하게 나누어진 조직도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때다.

바로잡습니다  위 기사에 나온 조 총장은 조정환 육군참모총장이기에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