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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하남 열병합발전소, 환경 오염 공방 격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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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경기도 하남과 성남시에 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하거나 개축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발전시설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사업시행 기관은 청정연료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시설이라고 맞서고 있다.

 코원에너지서비스는 하남시 풍산동 미사보금자리주택지구 4만4000㎡에 2014년 6월까지 열원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열원시설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전기와 난방열을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를 말한다. 당초 이 발전소는 미사지구 북쪽 선동 부지 2만㎥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서울시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기존 시설의 보조시설로 설계됐었다.

 그러나 강동구 주민들이 “강동구에서 생산한 열을 미사지구에 공급해야 하느냐”며 설립을 반대했다. 그러자 코원 측은 3㎞ 정도 떨어진 미사지구 남쪽 풍산동에 별도의 발전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그러자 풍산동 일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청정하남 화력발전소대책 시민모임’을 만들고 19일 단식농성을 시작할 예정이다. 25일에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하남시의 관문이자 도심 한복판인 풍산동으로 열원시설을 이전하면 도심 경관이 크게 훼손된다”며 “혐오시설은 도심 외곽에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민 3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정부와 국회, 사업자에게 전달하고 무기한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하남희망연대도 성명을 통해 “유해물질이 시민 건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합리적인 입지선정과 투명한 환경영향 검증을 요구했다.

 반면에 미사지구 사업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열병합발전소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시설”이라며 “전력생산 목적의 화력발전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발전소 가동 시 배출되는 물질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공개하고 굴뚝(높이 60m) 경관도 도시 이미지를 고려해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성남시에서는 기존 열병합발전설비 개축공사로 시끄럽다. 남동화력발전이 분당구 분당동 열병합발전소 설비 2개 블록 중 1개 블록을 2016년 9월까지 새로 짓기로 했기 때문이다. 1993년 전국 최초 열병합발전소로 건설돼 설계연한(20년)이 거의 끝나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분당발전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는 등 적극 반발하고 있다. 백연(白煙)·황연(黃煙)과 낙진 현상을 거론하면서 대기오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남동화력발전 측은 기존 낡은 설비를 대체해 친환경 고효율 발전소로 탈바꿈하는 사업이고 발생하는 백연이나 황연도 인체에 무해하다며 반발을 진화하고 있다. 또 장기간 정지 후 가동할 때 잠시 나타나는 비산철 낙진현상도 풍속을 고려한 운전과 방지장비 설치로 막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시행기관들의 적극적인 반론에도 열병합발전소 설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문제 이외에도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남동발전 분당복합화력발전처 한 관계자는 “아직 사업추진 초기 단계로 올해 말 사업승인이 나면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설계 등을 거쳐야 한다”며 “국가 전력수급 차원에서도 필요한 사업인 만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성남·하남=유길용·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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