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후반기 돌풍의 핵, 어슬레틱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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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 시즌 초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실망 그 자체였다. 많은 이들은 오클랜드가 지난 해 보여줬던 돌풍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믿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영 맥을 못 추기 시작했다.

지난 해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하게 만들었던 젊은 패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4월 한달 동안 겨우 8승(17패) 밖에 거두지 못하며 포스트시즌은 일찌감시 멀어지는 듯 했다. 팀의 우승을 위해 차세대 거포 벤 그리브를 포기하면서까지 데려왔던 자니 데이먼은 2할 안팎의 타율을 기록하며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저력의 오클랜드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팀간판 제이슨 지암비(타율 .322, 19홈런, 60타점)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부진의 늪에 허덕이던 타력은 5월에 접어들면서 점차 제 페이스에 이르렀고 영건 3인방의 선발투수진과 마무리 제이슨 이스링하우젠(2승 2패 17세이브, 방어율 2.63 )이 안정감을 유지함에 따라 그들의 승률은 계속해서 올라갔다.

그리고 올스타 브레이크 바로 이전의 시리즈였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인터리그 3연전에서 싹쓸이를 함으로써 승률 5할대로 진입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로써 와일드카드 선두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승차를 7게임차까지 줄이게 됨에 따라 와일드카드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은 후반기 시즌 판도를 좌우할 돌풍의 핵으로 오클랜드를 꼽고있다. 그런 평가를 내리게 해주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리드오프 자니 데이먼(타율 .239, 7홈런, 14도루)의 부활을 들 수 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으로 그는 실패한 트레이드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답게 데이먼은 6월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제 페이스를 찾으면서 7월에는 29타수 10안타, 타율 .345를 기록하며 예년의 데이먼의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 2할대를 믿돌던 그의 타율은 .239까지 끌어올리는데 까지 이르렀다. 특히 6월 18일 이후 벌어진 20게임에서 한경기 2안타 이상을 때린 경기가 무려 10경기에 이를 정도로 그의 타격감각은 절정이다.

지난 해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후반기의 그의 타율이 무려 .386에 이르렀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후반기의 그의 활약을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자니 데이먼과 함께 오클랜드를 돌풍의 핵으로 꼽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정된 투수진, 특히 영건 3인방으로 불리는 팀 허드슨(25. 9승 5패, 방어율3.02), 배리 지토(23. 6승 6패, 방어율 4.58), 마크 멀더(23. 9승 6패, 방어율 3.77)의 선발투수진이다.

애리조나와 시리즈 싹쓸이의 주역이었던 이들은 초반 팀타선의 부진에도 매경기 더욱 완숙된 피칭을 선보이면서 다른 팀의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밖에 초반 잇다른 역전패로 얼룩졌던 셋업맨 짐 메시어( 2승 6패, 11홀드, 방어율 3.54) 역시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행진을 기록하며 팀에 신뢰를 다시 받고 있다.

후반기 대반격을 노리는 오클랜드로서는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벌어지는 인터리그 LA 다저스와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 6연전이 앞으로의 그들의 행보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인터리그 6연전에서 최소 4승 2패 이상을 거둔다면 앞으로 보스턴 레드삭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과의 와일드카드 전쟁에서 조금 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인터리그 홈6연전에서 승차를 좁히는데 실패한다면 어쩜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7월 31전이 도래하기 전에 팀의 재정비에 들어가야만 할지도 모른다. 오클랜드의 단장 빌리 빈으로서는 제이슨 지암비와 자니 데이먼, 제이슨 이스링하우젠 등 올시즌이 끝나고 FA가 되는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고는 싶으나 그럴만한 돈이 없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후반기의 돌풍의 핵으로 떠오르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들은 후반기에 과연 극적인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들이 가을의 축제에 참가할 수 있게 된다면 다른 팀들에게는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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