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총회] 김운용회장의 IOC위원장 도전

중앙일보

입력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위원장의 뒤를 이어 국제 올림픽 운동을 이끌어갈 제8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오는 16일 모스크바 총회에서 선출된다.

차기 위원장은 상업주의와 약물.부패로 얼룩진 국제 올림픽을 광정(匡正) 해 21세기 올림픽 운동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대적 소명을 안고 있다. 그 대업에 도전한 5명의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 김운용(金雲龍) 대한체육회장이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金회장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외신이 줄을 잇는 것은 金회장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고무적인 일이다. 유일하게 선수 출신이 아닌 데다 몇몇 개인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역량과 경력면에서 최적임자라는 호의적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 등 유럽의 일부 IOC 위원들이 金회장 지지로 돌아서면서 유럽표가 분산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21년간 사마란치 위원장이 보여준 대로 IOC 위원장은 스포츠의 '세계 대통령' 이다. 79개국 1백22명의 IOC위원을 대표하면서 35개 올림픽 종목과 26개 IOC 인정종목 등 61개 국제경기연맹과 1백99개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를 총괄하는 자리다.

위상은 유엔 사무총장을 능가한다. IOC가 출범한 1894년 이후 유럽과 미국 등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IOC 위원장 자리에 유색인, 그것도 아시아의 한국인이 출마해 당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사적 사건이다.

金회장은 혼자 힘으로 그 자리까지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전력(前歷) 과 관련한 국내의 냉소적 시각이 오히려 국제무대에서 그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그만한 위상을 확보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 비유럽권을 중심으로 그를 지지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은 IOC로서도 의미심장한 변화다. 그가 IOC 위원장에 당선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 전기가 될 것이다. 金회장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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