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16일 서울 수유동의 국립 4·19민주묘지를 찾았다. 유신 선포일(17일)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33주기(26일)를 앞둔 시점에서다. 한광옥 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 관계자 60여 명과 함께 참배한 박 후보는 “통합과 화해의 과정을 역대 어느 정부도 이뤄내지 못했다. 통합은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반드시 풀어야 할 절박한 과제”라고 말하곤 자리를 떴다. 방명록엔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17일엔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김대중 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한다.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 유가족 등을 포함해 유신시대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다시 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박 후보가 과거사 일괄정리에 나서 있는 사이 당내에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잇따라 공개적으로 나왔다. 정수장학회 문제를 매듭짓지 못할 경우 과거사 정리 행보도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게 당내의 대체적 기류다.
황우여 대표는 1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필립씨가 내년 3월 그만둔다”며 “그것을 좀 당겨 그만두는 게 어떻겠느냐. 정말 박근혜 후보를 도와준다면 말끔하게 잘 정리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차원에서 간접적 방법을 통해 이사진 퇴진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고, 그렇게 해도 안 되면 박근혜 후보가 나서야 한다”며 “(박 후보가) 우회적 표현보다는 더 강하게, 실제로 최필립 이사장 함자를 거론하면서 물러나줬으면 좋겠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외부영입 인사인 한광옥 부위원장도 “최 이사장이 박 후보가 오해의 시선을 받지 않도록 (자진 사퇴를)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최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면서 퇴진론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16일 본지와 통화에서 “제가 새누리당 산하 기관도 아니고 왈가왈부할 대상이 아니다. 저는 당원도 아니고 정치단체도 아니다”며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그는 ‘박 후보가 직접 도움을 청하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엔 “박 후보가 도움을 청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후보와 관계없지 않으냐”고 했다. 정수장학회가 MBC와 비밀리에 MBC 지분 매각을 논의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대해선 “100%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허진·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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