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다리정맥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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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 K씨(여.45) 는 첫 아이 출산 이후 치마를 입어본 적이 없다.

다리에 지렁이가 기어가듯 굵은 혈관이 튀어나와 흉칙하게 보이기 때문.

요즘 그녀는 이 부위가 붓고, 둔한 통증까지 생겨 오래 서 있기조차 힘들다. 그녀를 괴롭힌 것은 정맥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기능을 잃은 정맥류라는 질환이었다.

병원측은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 망가진 혈관을 들어내고,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망가진 혈관들을 제거했다.

◇ 왜, 누구에게 생기나=정맥은 우리 몸에서 사용된 혈액을 심장과 폐로 운반하는 혈관. 정맥류는 이 혈관이 망가져 부풀어 오른 것을 말한다.

원인은 정맥 내에서 혈액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가 망가지기 때문. 망가진 밸브 틈새로 위로부터 혈액이 새어나와 밑에서 올라가는 혈액과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혈관을 부풀게 하는 것이다.

정맥류 발생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크고, 호르몬 변화.비만.임신 등도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케이 성형외과 심영기 원장이 올 9월 세계정맥학학회에 발표할 논문에 따르면 2천6백명의 환자 중 27.1%가 가족에 같은 병력이 있었고, 이중 어머니의 정맥류 발생비율이 15.9%로 가장 높았다.

부위별로 보면 사타구니 부위 정맥에서 47.3%, 오금 부위 정맥이 17%, 정맥과 정맥을 이어주는 교통정맥 부위에서 10% 정도가 발생했다.

◇ 흉터 최소화가 열쇠=지금까지 정맥류 수술은 피부를 20㎝ 가량 째고 망가진 혈관을 걷어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따라서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고, 흉터가 길게 남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들여온 치료법들은 흉터를 최소화하면서 수술을 간편화한 것이 특징.

삼성서울병원 혈관외과 김동익 교수는 실핏줄 같은 정맥류의 경우 레이저로 혈관을 굳히는 방법을 쓴다.

또 이보다 굵은 정맥류는 높은 열로 치료한다. 국소마취로 정맥류가 발생한 정맥을 절개해 열전도 카데터를 삽입, 고열로 혈액을 차단하는 것.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활용되는 것은 혈관 경화요법이다. 망가진 혈관에 주사로 약물을 주입,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 간단하고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 처음 이 치료법을 도입한 심원장은 "정맥류가 직경 2~3㎜ 이하인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심원장은 정맥류가 이보다 굵은 4~6㎜ 정도일 땐 혈관 경화요법과 함께 낚싯바늘형 정맥 추출법을 시행한다. 이 시술법은 2㎜이하 구멍으로 낚싯바늘처럼 생긴 시술기구를 집어넣어 병든 혈관을 제거하는 것이다.

피부 밑의 가는 정맥과 근육 속의 굵은 정맥을 이어주는 교통정맥 밸브에 이상이 있는 정맥류에는 피부를 1㎝ 정도 째고 내시경을 이용해 정맥의 흐름을 막아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강남성모병원 외과 박장상 교수는 "지금까지 70여차례 시술한 결과 교통정맥에 의한 정맥류엔 내시경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이라고 말했다.

◇ 예방은 이렇게=가족 중에 정맥류가 있는 사람은 가능하면 다리에 압력을 주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너무 조이는 옷을 입거나 양말을 신지 않도록 한다.

또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는 다리를 자주 올려주고, 발목 돌리기 등 다리 운동을 통해 정맥에 흐르는 피를 원활하게 순환시켜 주어야 한다. 초기에는 의료용 고탄력 압박 스타킹을 신는 것도 도움을 준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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