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서구풍 마을'…구로구 항동 '그린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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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수풀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집. 동네 가운데 위치한 수영장과 테니스장.

미국이나 유럽의 어느교외 주택단지에 온 것 같은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운치있는 모습의 동네는 서울 변두리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그린빌라다.

주변은 전형적인 서울 외광지역의 모습으로 논과 작은 저수지. 오래된 주택 · 학교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린빌라 단지 안은 완전히 별천지다.

그린빌라 일대의 구로구 항동은 풍치지구여서 건폐율.용적률 등 건축규제가 까다로운 편이지만 공동단지로 개발하면서 오히려 풍치지구의 이점을 살린 셈이다.

각 세대가 모두 개별적인 정원을 가진 연립주택 및 단독주택으로 지어진 그린빌라는 1만8천여평의 대지에 1백37세대가 모여 살고 있다. 건설된 지 18년이 됐다.

연립.단독주택이 모여 있지만 공동경비와 관리를 통해 거의 아파트 수준의 편리함을 누리고 산다.

또 단독주택이라고 하면 대부분 높은 담이 둘러진 모습을 상상하게 되지만 이곳은 단지로 이루어져 주택 주변에 담이 없다.

"담이 없으니 주민들이 마주볼 기회도 훨씬 많다. 또 이사 빈도도 아파트보다는 적은 편이라 주민간의 유대가 두텁다. "

이 곳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주민 최원기씨의 이야기다.

주민들은 정원가꾸기 비법을 서로 가르쳐 주기도 하고, 여름이면 수영장 가에서 바비큐파티를 함께 열기도 한다. 수영장 옆 마을회관에서 주민의 자녀가 결혼식을 치른 경우도 있다.

단지 이곳 저곳에는 잔디밭이 딸린 작은 놀이터와 벤치가 있어 주민들은 옥외 생활공간으로 이용한다. 또 4월이면 단지 내 수목의 주종을 이루는 목련이 만발해 목련축제가 열린다.

그린빌라 어머니회장 방학자(61)씨는 "화요일마다 주민이 모두 풀뽑기를 하고, 봄이면 꽃심기 등 단지 가꾸기에 함께 애쓴다" 고 전한다.

주택은 3가지 형태로 65평.50평.33평형이 있다. 경사진 지형에 맞추어 각 세대는 3~4층의 복층형이다. 따라서 부모를 모시고 사는 3세대 동거형 가족이나 자녀가 장성한 세대에 좋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다만 이로 인해 동선(動線)이 길어져 주부들이 불편하고, 실제 평수에 비해 좁아 보이는 것이 단점이다.

현재 주민은 50대가 가장 많다. 학군이 평범해 학령아동을 가진 인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이춘배 그린빌라 관리소장의 설명. 이소장은 "단지 일부를 골프연습장으로 만들어 그 수익을 관리비에 보태기 때문에 공동관리비가 상대적으로 싼 편" 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최근에는 리모델링한 집들이 늘어나면서 거의 같은 모습이던 주택의 외관도 다양해졌으며, 내부 평면도 집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게 고쳐졌다. 연립이나 단독주택이라 리모델링이 아파트에 비해 수월하고,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또 집집마다 잔디밭 한 구석에 각기 특색있는 모습의 작은 정자들을 지어 여름용 생활공간으로 쓰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이같은 주택단지는 아파트 아니면 대형빌라 또는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주택 선택의 폭이 작아지고 있는 요즈음, 아파트의 편리함과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의 장점을 함께 지닌 주거단지 개발의 대안으로 참고가 된다.

대규모 단지의 특성을 이용해 녹지나 공동공간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따라서 새로 건설되는 신도시의 주거지나 그린벨트 해제로 늘어나는 취락지구 개선사업 등에 응용해 볼 만한 모델이다.

신혜경 전문위원 hk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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