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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애인 학교 김형일 나사렛새꿈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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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최근 법원이 ‘천안판 도가니’로 불리는 천안지역 장애인학교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천안지역에서 큰 이슈가 됐다. 재발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어느 때 보다 높다. 이런 가운데 천안에 있는 충남지역 유일의 중복·지체부자유 학생들을 위한 나사렛새꿈학교의 교육과정과 장애학생·학부모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형일 교장을 만나 장애인 성범죄에 대한 생각과 예방교육,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들어봤다.

김형일 교장은 “봉사와 헌신으로 일하는 대부분의 특수교육 교직원들을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관심과 애정의 눈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발생한 장애인학교 성폭력 사건이 남의 일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로서, 장차 장애학생들을 가르칠 예비교사를 지도하는 교육자로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특수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장애학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교사들은 그동안 학생들을 인격체로 존중하는데 소홀함이 없었는지, 의사표현을 잘 못하는 학생들에게 무의식 중이라도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야 한다. 학교에서도 전반적인 지원이 학생중심이 아닌 학교 종사자들의 입장은 아니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장애학생 부모들의 걱정이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회 전반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장애학생을 둔 부모 입장에서 보면 걱정이 더 많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많은 교사와 교육관계자들이 위축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학부모들도 원치 않으리라고 본다. 대다수의 특수학교 교사들이 열정과 사랑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더 나아가 특수교육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은 교육가족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노력들을 기울여야 한다. 학부모들이 학교와 교사의 노력에 관심을 갖고 지지해주는 일도 중요하다. 학교나 교사, 학부모가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동반자라는 자세로 교육과정을 운영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성폭행이나 성추행 예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새꿈학교는 중증장애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와 교실에 다양한 인력들이 배치돼 있다. 학교에서는 처음 배치되는 교사나 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연수 통해 철저히 교육하고 있다. 교직원과 학부모, 자원봉사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성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외부인들의 출입에 대해서는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배움터지킴이를 배치해 학교 밖과 내부 곳곳 사각지대에 CCTV를 설치해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학급은 성별에 맞게 교사를 배치한다. 인근 지구대나 복지단체와도 협약을 맺어 도움을 받고 있다. 주기적으로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협의해 다양한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는 교내에 위클래스를 설치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문가가 학교 특성에 맞는 학생 미술상담치료, 교직원 상담, 학부모 집단 및 개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교육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새꿈학교에는 지체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언어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중복장애학생이 많다. 이들에게 개별화 교육계획에 따라 국가의 특수교육기본교육과정을 수준에 맞게 재구성해 지도한다. 또 학생들은 이동 제한이 많고 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언어치료도 동시에 계획한다. 물리치료와 언어치료는 충남교육청과 천안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와 연계하고 있다. 나사렛대 물리치료학과, 언어치료학과와도 연계해 전공교수와 대학생이 정기적으로 체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물사육장과 옥상 텃밭도 만들어 정서함양을 돕고 있다. 학생들의 위생 및 건강 관리를 위해임상병리학과와 협약을 맺어 휠체어와 교재교구를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골밀도와 혈압측정과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교사들은 동아리를 구성해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개발,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정상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

 “새꿈학교 학생들은 도움을 받아야만 학교에 올 수 있다. 대부분이 자가용으로 통학한다. 직장이 있거나 개인 시간을 들여야 하는 부모들이 등·하교에 얽매이다 보니 많은 시간을 학생들을 위해 보내야 한다. 미니통학버스가 있지만 장애 정도가 심하거나 자가용 통학이 어려운 학생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체험학습이나 현장견학, 소풍 같은 이동수업을 많이 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

-그동안의 성과와 교육가족에게 한 말씀.

 “나사렛새꿈학교는 1998년 유치부로 시작해 지금은 중학교 2학년까지 88명의 학생과 50여 명의 교직원이 생활한다. 이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열정과 사랑,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꿈학교는 개별 학생들이 가진 특성과 능력을 중시하고 이를 교육과정 운영 중심에 두고 있다. 모든 직원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박애, 봉사정신으로 학생과 마주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들의 관심과 노력이 있을 때 더 성장하고 발달한다. 학부모들도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으로 특수교육에 헌신하는 종사자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아낌 없는 격려와 사랑을 보내줬으면 좋겠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 김형일 교장 이력 및 경력

- 1989년~2000년 서울정진, 서울정문학교 특수교사

- 2000년~2003년 교육과학기술부 국립특수교육원 교육연구사

- 2003년~현재 나사렛대학교 중등특교육과 교수

- 2012년 3월 나사렛새꿈학교 교장 부임

◆ 논문 및 저서

- 저서: 전환교육의 이론과 실행(저) 교육과학사

- 논문: 정신지체아의 사회적 정보처리 특성(박사학위논문), 전환교육의 이론적 모형 탐색을 통한 교육적 시사점 고찰, 진로 및 직업교육을 위한 특수교육기관과 관련기관간의 협력에 관한 연구, 사회적 정보처리훈련이 학령기 이후 지적장애인의 직업적응능력에 미치는 효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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