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페셜] 해외동포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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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28번가 F.I.T 내 한 교실

나는 옷 만드는 남자, 김현석(27.사진). 정확히 말하자면 옷본을 그려 옷감을 재단하는 일이다. 디자이너가 '주름을 더 늘려라''칼라를 다른 모양으로 하겠다'고 주문하면 그에 따라 옷본을 만든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 많았던 나는 5개월전 뉴욕의 유명한 패션학교인 F.I.T에 입학했다. 학생들의 경쟁은 숨이 막힐 지경이다. 술을 먹거나 얘기를 나누는 분위기는 고사하고 각자 자기 할 일만 하기도 바쁘다.

#캐나다 토론토 레드패스 거리 채소가게

스물 다섯살 때 비행기표 한장 달랑 들고 캐나다에 온 오풍균(57)씨. 4년간 궂은 일을 하며 돈을 모은 덕에 '레드패스 베지터블'이라는 자그마한 청과상을 오픈했고 현재는 다섯명의 직원을 둔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새벽부터 도매시장에서 장을 본 뒤 오후엔 상품 진열하랴 손님 맞으랴 그의 하루는 늘 빠듯하다.

평일 오전 시청자를 찾아가는 MBC '포토에세이-사람'은 우리 평범한 이웃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프로그램이다.

비록 10분짜리 짧은 코너지만 흑백 사진과 동영상에 담겨진 사람들의 모습은 잔잔한 여운을 준다. 이 다큐멘터리가 신년 특집으로 이국 땅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동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2일부터 두달간 평일 오전 10시50분에 만날 수 있는 해외 동포들은 모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 그러나 현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낯선 사회 속에서 뿌리내리기 위해 숱한 삶의 고비들을 넘어야 했던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성공을 향해 힘찬 도전장을 내민 청춘들도 있다.

제작진은 캐나다 토론토, 미국 뉴욕.보스턴.LA 등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십여명의 해외동포들을 만났다. 사건 사고 많기로 소문난 뉴욕에서 경찰로 활약하는 김기수씨, 30여년간 단 하루도 문을 닫은 적이 없다는 구멍가게 주인 임정남씨, 퇴학당한 한인 학생들을 위해 비영리 사립고등학교를 세운 김기웅 목사, LA 뒷골목 노숙자들의 어머니 글로리아 김 목사가 주인공들이다.

이와 함께 중국 국가대표 스케이트팀 감독, 일본 고베시 재래시장의 김치장수 할머니 등 중국과 일본에 사는 동포들도 살아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프로그램을 만든 외주제작사 애플트리의 오주환 PD는 "그간 어려운 환경에서 꿋꿋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이번 해외 특집은 밝은 모습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터전을 잡은 뒤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함께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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