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파도 붉게 치거들랑, 그냥 젖으시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어느새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꽤 쌀쌀해진 아침·저녁으로 가을이 휙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역시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산을 찾아야 한다.

 매년 가을이면 전국의 모든 산이 북적거린다. 지난해 지리산·설악산·북한산 등 전국 20개 국립공원의 방문객 수는 4000만 명이다. 그중 9~11월 가을산을 찾은 사람은 3분의 1 정도인 1300만 명이었다.

아침 햇살이 산 능선을 비추기 시작한 바로 그 때 설악산 소청에서 설악동 쪽을 바라본 풍경이다. 능선 부분에만 조명을 준 것 처럼 빛이 들어와 곡선미가 도드라져 보인다. 능선을 테두리처럼 감싼 단풍은 은은한 멋을 더한다.

 산은 계절에 맞춰 색깔을 바꿔 입을 뿐이지만, 산을 즐기는 우리네 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평소에는 어두운 색깔의 옷을 즐겨 입다가도 산에만 가면 화려해진다. 때깔 좋은 형형색색의 옷은 물론 고가의 장비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세팅을 한다.

 사실 등산만큼 돈 안 드는 레저도 없다. 적어도 5년 전쯤만 해도 그랬다. 투박하리만큼 튼튼하게 만들어진 국산 등산화는 기본 10년 정도는 거뜬히 버텨준다. 야영하지 않는 이상 다른 장비는 필요가 없다. 자기 몸 하나 건사할 정도면 된다. 고어텍스 재킷이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니었다.

 서민들의 레저인 등산이 어느 순간 돈 잡아먹는 취미로 바뀌었다. 고어텍스 재킷은 평균 40만~60만원, 비싼 제품은 100만원이 넘는다. 바람막이 재킷 역시 20만~30만원이 기본이다. 신발도 경등산화·중등산화·트레킹화·릿지화 등 기능과 산행 강도에 따라 세분화돼 소비자를 유혹한다. 2006년 연매출 1조원이었던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해 4조원으로 급성장했다. 아웃도어 업체들은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레 가격을 올렸다.

 동네 뒷산에 올라가면서 히말라야 원정 복장을 하는 게 어느덧 자연스러워졌다. 이렇게 과도하게 채비하는 것도 문제지만 미흡한 준비는 사고를 부른다. 가을은 일교차가 크고 하루에도 날씨가 여러 번 바뀐다. 제대로 옷을 챙겨 입지 않아 저체온증에 걸리는 경우도, 운동화를 신고 산을 오르다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사고는 초보 등산객이 대거 몰리는 가을철에 많이 일어난다.

내설악 구곡담계곡에 있는 쌍룡폭포 옆을 지나는 등산객들.

 국립공원 관리공단 재난관리부 최수원(33) 계장은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알맞은 장비를 잘 챙겨 산행에 나서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번 주 week&은 전국 유명 단풍명소 가운데 6곳을 소개한다. 난이도 상·중·하에 따라 두 곳씩 골랐다. 여기에 각 코스에 어울리는 복장과 안전한 단풍 산행을 위해 꼭 필요한 장비 소개를 덧붙였다.

글=홍지연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