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벨기에 10대 돌풍' 에넹 돌풍 계속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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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노리던 제니퍼 캐프리아티(미국)를 꺾고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에 오른 쥐스틴느 에넹(19)은 킴 클리스터스(18)와 함께 벨기에의 10대 기수로 불린다.

99년 투어무대에 뛰어들어 지난해까지 1승도 건지지 못했지만 올해는 벌써 2번이나 우승했고 US오픈과 호주오픈에서 연속 16강에 오르는 등 빠른 성장세로 비상한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는 클리스터스와 함께 준결승에 올라 벨기에의 10대 소녀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급기야 벨기에 사상 처음으로 윔블던 결승까지 진출하는 낭보를 전햇다.

테니스 강국이 아닌 벨기에로서는 지난달 프랑스오픈에서 클리스터스가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한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겹경사를 맞은 셈. 특히 에넹은 처녀 출전한 지난해에는 첫판에 탈락했었고 이번 준결승 상대가 올시즌 최강으로 떠오른 캐프리아티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에넹의 급성장에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7번이나 윔블던 정상에 오른 슈테피 그라프(독일.은퇴)를 존경한다는 에넹은 플레이스타일도 올라운드플레이어인 그라프를 빼닮았다는 평이지만 물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롭게 상대 코트를 찌르는 원핸드 백핸드는 오히려 그라프를 능가할 정도. 캐프리아티는 이러한 백핸드를 무기로 캐프리아티를 물리쳐 찬사를 받았다.

독설과 비판으로 유명한 존 맥켄로(미국)도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이 시대 최고의 백핸드를 보유했다"고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에넹이 윔블던 2연패를 노리는 '흑진주'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마저 꺾고 우승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실제로 지난 5월 독일오픈에서 14연승을 달리던 비너스와 처음 대결해 2-0으로완승을 거둔 적이 있어 이러한 예상이 더욱 설득력있게 들린다.

반면 잔디 코트에 강한 비너스의 우승을 점치는 쪽에서는 그 경기가 클레이코트에서 열렸고 비너스는 윔블던에서 13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두번째 대결의 결과는 판이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번에도 에넹이 비너스의 연승 행진을 저지하고 '천적'의 자리를 굳힐 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팬들은 아무래도 약자인 에넹이 남자선수 못지 않은 힘을 자랑하는 비너스를 누르고 신데렐라가 되기를 내심 바라는 듯 하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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