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 들어간 화성호…담수화 앞두고 찬반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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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일대에 조성한 화성호(인공 해수호)의 담수화 방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화성호의 해수 유통을 막아 농지로 조성하려 하자 경기도와 화성시는 “화성호 담수화는 인근 시화호처럼 환경오염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화성호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에 걸친 갯벌을 방조제로 막아 생긴 인공 해수호다. 면적이 17.3㎢로 여의도(8.4㎢)의 두 배가 넘는다. 화성호 주변은 새만금과 시화호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큰 간척지 44.82㎢가 펼쳐져 있다. 1991년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대체농지 확보를 위해 22년째 개발 중이다. 사업비는 총 8755억원이며 지금까지 5282억원이 들어갔다.

 화성호의 수질은 매일 7시간씩 배수갑문을 열어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5년 배수갑문을 폐쇄해 해수 유통을 막을 예정이다. 2년간 담수화 과정을 거친 뒤 2017년부터 간척지에 농업용수로 공급된다.

 그러나 화성시와 경기도는 수질 악화를 이유로 담수화를 반대하고 있다. 화성호로 유입되는 수자원이 부족해 오염물이 발생해도 정화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화성시의 수질모델링 연구 결과 해수 유통을 막으면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한 목표 수질등급(4등급)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화성호의 수질은 생화학적산소요구량(COD)을 기준으로 5ppm(3등급) 수준이다.

 화성시 등은 화성호가 아닌 바다로 오·폐수를 직접 흘려 보낼 경우 연안 갯벌의 오염도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송미영 박사는 “물길을 막으면 수질이 악화되고 관광 등 다른 용도로 호수를 활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지난달부터 화성호 담수화 정책 포기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국토대장정에 나섰다. 채 시장은 “담수화를 기필코 막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 일대에 대한 종합발전계획을 세웠다. 친환경 자동차 연구개발단지와 푸드바이오밸리, LED산업단지, 바다농장 등으로 개발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반면 한국농어촌공사는 “대안이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경기도, 화성시가 최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의뢰한 화성호 담수화 사업을 위한 수질 보전대책 연구 결과에서 수질 개선을 위한 시설만 충분히 갖추면 목표 수질인 COD 8ppm(4급수) 이내로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5년까지 화성 남양하수처리장에 인(燐)처리시설을 확충하고 인공 습지와 저류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화성시는 여기에 필요한 사업비(총 363억원)를 분담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이미 조성된 국내 전체 간척지 540㎢의 절반에 가까운 230㎢가 기업도시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며 “더 이상 간척지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이곳을 친환경 농축산 단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화성=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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