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들 생존위해 술자리 기피 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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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에서 주식 운용을 총괄하는 오종문 이사는 주로 금요일에 저녁 모임을 갖는다.

다음날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부담없이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일에는 맥주 한 잔 정도에 그칠 뿐 그 이상은 자제한다.

吳이사가 평일에 술을 멀리하는 것은 음주가 다음날 주식 운용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증시가 마감하면 오후 4시30분부터 열리는 유럽 증시를 주시하고, 집에서는 오후 10시30분에 개장하는 미국 증시를 살펴본다.

오 이사는 "세계 증시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다음날 주식 운용에 무리가 없다" 며 "수익률로 능력이 검증되는 펀드매니저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 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투신운용 펀드매니저들도 평일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박현주 회장은 "고객의 자산을 책임진 펀드매니저가 주중에 술을 마시는 것을 보면 가만두지 않겠다" 고 경고를 내렸다.

다른 자산운용사나 투신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도 내부 규정은 없으나 주중 음주를 꺼리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주가는 밤에 형성된다' 며 술자리에서 은밀한 고급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은 거리낌 없이 술을 마셨다.

굿모닝증권 김명수 법인담당 이사는 "증시 침체로 펀드 규모가 쪼글라들면서 펀드매니저들이 남아도는 현실" 이라며 "요즘에는 아예 술을 끊은 펀드매니저도 적지 않다" 고 전했다.

생존을 위해 술을 멀리하고 종목 연구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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