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무소속발언에 발끈한 안철수 한마디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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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서울 아산병원 소아암 병동에서 어린이 환자와 얘기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9일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하다”는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에서 이 대표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할 수 있습니다”라고만 답했다. 전날 ‘정당혁신론’을 놓고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와 신경전을 벌인 데 이어 두 번째 충돌이다.

 선공은 민주당이 했다. 이 대표는 오전 KBS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정당이 없는 민주주의, 정당이 없는 정치는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사실상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이었다.

 안 후보 측은 발끈했다. 안 후보의 반박이 나온 직후 유민영 대변인은 “정치개혁과 정권교체,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변화에 뜻이 있는 분들이 기존 정치권에 계신다. 뜻을 모으면 (무소속 대통령도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브리핑이 끝나자마자 송호창 의원의 민주당 탈당 및 캠프 합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박 본부장은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단일화하면 이긴다고 하는 생각은 안일하다”며 “합친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걸 4월 총선이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여차하면 무소속 신분으로 대선을 완주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3자 구도에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우세가 점쳐진다. 박 본부장은 “(그런 분석에) 동의한다”면서도 “이기더라도 잘 이겨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 측의 반응을 ‘무소속 완주 의사’로 해석하는 건 다소 성급하다는 분석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도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거냐고 물으면 현재로선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고 했다. 무소속 완주에 방점을 찍기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키워 문재인 후보 측과의 단일화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이 무소속이라는 약점을 공략한 이상 ‘정당혁신’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계파 청산’의 의미도 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노무현계가) 총선 후에 합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지, 왜 당내에서 패권주의란 말이 자꾸 나오는지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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