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포스트시즌 데뷔전이었다. 데뷔 12년 만에 처음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롯데 내야수 박준서(31)가 ‘행운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박준서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3-5로 지고 있던 8회 초 1사 1루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그의 포스트시즌 첫 타석.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박준서는 상대 투수 홍상삼의 2구째 135㎞짜리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살짝 넘는 동점 2점 홈런을 때려냈다. 역대 포스트시즌 7번째 데뷔 타석 홈런이자 3번째 데뷔 타석 대타 홈런. 박준서의 홈런 한 방에 두산 쪽으로 끌려가던 흐름은 롯데로 넘어갔다.
박준서는 연장 10회 초 무사 2루에서 번트 안타를 성공시킨 뒤 득점까지 하며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2타수 2안타(1홈런)·2타점·2득점의 만점 활약을 남겼다. 롯데는 연장 10회 초 상대 실책과 2안타를 묶어 3득점하며 8-5로 승리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사실 박준서는 올 시즌 전 야구를 그만두려고 했다. 광주상고 시절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린 기대주였으나 프로 데뷔 후 이렇다 할 활약 없이 1, 2군을 전전했다. 양쪽 손목과 팔꿈치, 손가락 수술 등 부상에 시달렸다. 2009년에는 이름을 ‘박남섭’에서 ‘박준서’로 개명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하지만 올 시즌 후배들에게 밀려 데뷔 후 처음으로 전지훈련 명단에서도 제외되면서 야구 포기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박준서는 “아내가 ‘1년만 즐겁게 야구해 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해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올 시즌 뛰었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지니 올라갈 일만 남아 있었다. 약하다고 평가받던 타격이 살아나면서 87경기 타율 2할7푼5리·2홈런·12타점으로 활약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 수비 능력과 좌우타석 모두 서는 스위치 타자로 당당히 포스트시즌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포스트시즌에서 수비가 아닌 타격으로 맹활약하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반면 두산은 김현수가 또 한 번 병살타 악몽에 고개를 떨구며 이길 기회를 놓쳤다. 김현수는 5-5이던 9회 말 1사 1, 2루 끝내기 상황에서 상대 투수 김사율의 초구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잘 맞은 타구가 롯데 1루수 박종윤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는 직선타가 됐고, 박종윤이 1루를 밟아 오재원까지 잡아내며 순식간에 이닝을 끝냈다. 김현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머리를 감싸 쥐었다.
롯데는 10회 초 황재균의 좌익선상 2루타로 6대 5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어 손아섭의 스퀴즈번트가 상대 실책으로 이어지며 2점을 추가해 승세를 굳혔다.
허진우 기자
준PO 1차전 승부처
롯데, 2사 1·3루에서 황재균, 문규현, 손아섭의 3연속 안타로 3득점
<5회 말> 롯데 3-4 두산
두산, 무사 2루에서 양의지의 중전 적시타. 이어진 1사 2루에서 이종욱의 2루타로 추가 득점하며 1점 차 추격. 2사 1·2루에서 롯데 투수 송승준의 견제실책으로 동점, 2사 3루(김현수)서 윤석민 1타점 적시타로 역전
<7회 말> 롯데 3-5 두산
두산 1사 2루(김재호)서 오재원 1타점 적시타
<8회 초> 롯데 5-5 두산
롯데 1사 1루(박종윤)서 대타 박준서 2점 홈런
<10회 초> 롯데 8-5 두산
롯데 무사 1·3루서 황재균 1타점 2루타. 이어 1사 2·3루서 손아섭의 스퀴즈번트 때 상대 실책 겹쳐 2득점
양팀 감독 말
▶양승호(롯데 감독)=“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 했다. 송승준이 잘 던졌는데 수비 실책으로 동요한 게 아쉽다. 그런 상황에서 무너지는 게 롯데였는데 마지막에 극복해내 만족스럽다. 연장 10회 스퀴즈 번트는 점수를 낼 수 있는 상황에서 점수를 낼 수 없는 타자라면 작전을 써야 이길 수 있다고 봐서다. ”
▶김진욱(두산 감독)= “선수들 움직임 자체는 좋았다. 선발 니퍼트를 6회까지 던지고 내려오게 한 건 홍상삼을 길게 가고 마무리 프록터를 올리려 해서다. 구원 등판한 홍상삼이나 김승회가 실점하긴 했으나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