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역대 대통령 베스트3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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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14면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블랙힐스 산지에 위치한 러슈모어 국립 모뉴먼트. 위대한 리더십을 발휘한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왼쪽부터)의 얼굴이 조각돼 있다. [중앙포토]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누가 최고로 평가받을까. 1948년 미국의 저명한 역사가 아서 슐레진저 하버드대 교수가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래 이에 대한 의견 수렴은 정기적으로 이뤄져 왔다. 2010년 시에나 대학, 2011년 미국 대통령센터의 연구까지 수많은 여론조사가 진행됐지만 역대 베스트 대통령은 단연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조지 워싱턴 순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최고의 지도자로 꼽히는가.
링컨은 ‘원칙의 리더십’으로 추앙을 받는다. 그는 노예해방과 연방 유지라는 두 가지 큰 업적으로 기억된다. 처음엔 불가능해 보였던 정책들을 관철해 낸 것은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자세와 지도력 덕분이었다. 어찌 보면 링컨의 리더십은 단순했다. 최고 지도자가 된 그는 학연, 지연, 혈연에 전혀 좌우되지 않았다. 그 덕에 최고의 드림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링컨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던 윌리엄 시워드 뉴욕주 상원의원을 삼고초려 끝에 국무장관으로 발탁했다. 시워드는 링컨을 사사건건 무시했던 인물이었다. 또 자신을 ‘기린과 원숭이 같은 존재’라고 비난했던 선배 변호사 에드윈 스텐턴을 전쟁장관으로, 자신의 권위에 늘 도전했던 새먼 체이스 오하이오 주지사를 재무장관으로 각각 임명했다. 이에 대해 참모들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극력 반대했다. 그러나 링컨은 “이런 바보 짓은 수천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며 일축했다. 이뿐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배우는 자세를 유지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또 비난보다 칭찬을, 명령보다 설득을, 비판보다 관용·화해를 택하려고 애썼다. 더불어 유머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해 늘 주변의 긴장감을 풀어줬다.
루스벨트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많은 이가 그가 대공황을 극복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사실을 찬양한다. 하지만 이런 업적들은 그의 소통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루스벨트의 경우 대공황이란 초유의 위기에다 야당인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게다가 언론도 적대적이었다.
루스벨트는 그럼에도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고 초유의 경제위기에서 국가를 구해 내기 위해 독특한 소통의 방식을 개발했다. 제대로 걷지 못했던 그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노동현장을 찾곤 했다. 거기서 억울한 일을 당한 노동자와 이야기하면서 고용주에 대한 욕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재임 기간에 1000번 이상 기자회견을 했다. 매주 두 번꼴이었다. 기자회견에 임하는 자세도 특이했다. 그는 절대 사전 답변서를 준비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신 기자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고 즉석에서 답하는 살아 있는 소통이 이뤄지도록 배려했다. 주요 사안이 있을 때면 라디오방송을 통해 직접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했다. 난롯가에서 친구들에게 얘기하듯 친근하게 설명한다는 의미의 ‘노변정담(爐邊情談·fireside chat)’이란 용어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워싱턴의 통치 스타일은 ‘정직의 리더십’이라고 압축할 수 있다. 워싱턴은 초대 대통령으로서 신생국가의 초석을 바로 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직을 가장 중시하는 태도 때문에 워싱턴은 이따금 곤경에 빠지곤 했다. 그럼에도 정직함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으려는 원칙 덕택에 초기에 형편없이 불리했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아버지가 아끼는 벚꽃나무를 도끼로 자른 걸 정직하게 고백했다는 일화는 모든 미국인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을 정도다. 워싱턴은 자신의 퇴임 연설에서 “정직이야말로 최선의 정책이라는 말은 개인 생활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공공분야에도 들어맞는 격언”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 평가에도 정직해 독단적인 정책을 펼치기보다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같은 유능한 인물을 중용하고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려 애썼다. 두 번의 임기 후에는 ‘내가 할 일은 다했다’며 종신 대통령으로 남아 달라는 국민의 요청을 뿌리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농장을 경영했다.
미국의 역대 최고 대통령이 발휘한 원칙·소통·정직의 리더십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일류 리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임에 틀림없다.

▶ 김형곤 중앙대에서 미국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역대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구해 왔다. 저서로 미국 대통령의 초상조지 워싱턴의 정직의 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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