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후보 단일화, 보이지 않는 변수는 돈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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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권의 대선후보 단일화엔 숨은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돈 문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가 시작될 경우, 사퇴하거나 경선에서 지는 쪽은 국고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결국 단일화 단계 이전까지 쓴 선거 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밝힌 18대 대선의 후보당 법정선거비용은 559억7700만원이다.

 문 후보 측은 이를 펀드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우원식 캠프 총무본부장은 “400억원을 목표로 오는 10일께 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라며 “1차, 2차로 200억원씩 모아 총 8만∼10만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후보’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일반인에게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대선이 끝난 뒤 원금에 소액의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방식을 보통 ‘선거용 펀드’로 부른다.

 하지만 문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서 밀려 완주하지 못하면 펀드를 되갚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대선에서 완주하고 유효득표수의 15% 이상 획득해야 중앙선관위에서 선거비용을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의 경우 정당에 주는 선거보조금 외에 한나라당(이명박 후보)이 348억원, 대통합민주신당(정동영 후보)이 381억원,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130억원을 보전받았다. 모두 득표율 15%를 넘겼다.

 이번에 문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서지 못하면 선거비용을 개인적으로 책임지거나 민주당이 떠안아야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정당이 소속 대선 후보의 선거비용을 지원하는 건 법적으로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민주당의 재정부담이 커진다.

 안 후보 측도 펀드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안 후보의 개인 돈으로 선거자금을 충당하고 있고, 후원회를 두기로 했지만 그것만으론 선거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후원금 한도는 28억원 정도다.

 안 후보의 유민영 대변인은 “후원 사이트 등을 최대한 빨리 구성해 선거비용 모집에 나서고 펀드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역시 야권 단일 후보가 되지 못하면 후보 사퇴 이전까지 펀드를 모금해 쓴 선거비용을 고스란히 개인 재산 등으로 충당해야 한다.

 또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채 문 후보로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은 안 후보의 선거 비용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사후매수, 즉 ‘곽노현 사건’의 재판(再版)이 되기 때문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2010년 6월 선거에서 단일화로 후보직을 중도 사퇴한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2억원을 줬다가 ‘사후매수죄’로 대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유 대변인은 “안 후보는 대선까지 완주할 것이기 때문에 펀드를 모집해도 상환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물론 문 후보 측도 “나중에 우리가 펀드상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것”(우원식 본부장)이라며 문 후보로의 단일화를 자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를 고리로 문·안 두 후보의 단일화 작업을 견제하고 있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 후보 단일화로 출마를 포기한 쪽은 선거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포기하고 싶어도 못한다”며 “야권이 단일화에 실패하고 3자 대결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선거보조금은 후보자를 낸 정당에 의석수 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분하는 지원금이다. 선거에 앞서 지급한다. 선거비용 보전은 선거공영제 원칙에 따라 선거를 치른 뒤 유효득표수의 10% 이상을 얻을 땐 후보자가 쓴 선거비용의 50%를, 유효득표수 15% 이상이면 100%를 선거비용 제한액(18대 대선 후보 1인당 559억7700만원) 범위 내에서 중앙선관위가 보전해 주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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