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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주가·집값에 … 미국인들 ‘저축이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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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정부는 부양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불안정한 금융 시장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시민들은 안전한 저축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회에서 세금 감면 조치 연장이 불발될 경우 2013년 가구당 평균 3500달러에 가까운 세금 폭탄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나 가계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집계 결과 올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 저축액이 6조9000억 달러로 1분기에 비해 5% 가까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경기 불황이 시작되기 이전인 2000년 1분기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금액으로, 연준이 정기 보고서를 발간하기 시작한 1945년 이래 최고액이라고 WP는 설명했다. 2005년 1% 수준이었던 저축률은 최근 몇 년 사이 5~6%까지 뛰었으며, 올해도 4%를 상회하고 있다. 반면 예금 금리는 2000년 5.74%에서 올 8월 0.18%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기록적인 저금리에도 저축액이 늘어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위기로 손해를 보고 불안정한 구직시장에 두려움을 느끼는 시민들이 더 이상 위험을 무릅쓴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믿는 저축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렇게 일반인들이 사이드라인 밖에 서 있는 한 부동산 및 주식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천억 달러를 금융시장에 쏟아붓는 연준 정책은 부자들만 더 이득을 보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초저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저축에 매달리는 것이 결코 안전한 투자방법이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세금정책센터(TPC)는 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미 의회가 이른바 ‘재정 절벽(fiscal cliff)’을 막지 못해 세금 감면 조치들이 올해로 종료된다면 내년에는 전체 가구의 88%가 세금을 더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가구 평균 세금 인상액은 3446달러(약 380만원)였다. 특히 연 소득이 4만~6만4000달러인 중산층 가구는 연 2000달러(약 220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재정 절벽은 2013년 1월부터 부시 행정부 때 마련됐던 기존의 감세 혜택이 종료되면 연방 재정적자 감축이 큰 폭으로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유지혜 기자

◆재정절벽(fiscal cliff)=기존 집행 예산을 갑자기 줄이거나 없애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오는 것을 뜻한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9년 동안 연평균 1090억 달러의 정부 지출을 자동 삭감하는 법안이 발효돼 재정지출이 급속히 위축될 상황에 처해 있다. 게다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에 도입된 감세 법안 등이 올해로 만료돼 민간의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 많은 경제학자는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정절벽이 오면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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