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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을 돈 안 받고, 주식 미리 팔고 … ‘웅진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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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윤석금 회장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둘러싸고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기관과 채권단 주변에는 웅진그룹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기 어렵다는 강경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웅진그룹 채권단은 법원에 윤석금(67) 회장이 법정관리인이 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혹의 중심에 있는 윤 회장에게 회사 회생을 맡길 수 없다’는 것. 채권단에선 웅진홀딩스를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웅진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려 했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법정관리 신청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3부는 5일 윤 회장과 채권단 대표들을 불러 의혹에 대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① 법정관리 악용했나=MBK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1조2000억원의 코웨이 매각 대금을 지급하려 했으나 웅진 측이 이틀 앞두고 일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매각을 일방적으로 깬 데 대해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윤 회장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26일 웅진홀딩스 신광수(43) 대표와 공동 대표로 취임한 것도 논란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06년 도입된 통합도산법에 따르면 법원은 기존 경영진이 회사 재산을 다른 곳에 쓰는 식으로 중대한 잘못을 하지 않은 이상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이 관계자는 “윤 회장이 관리인으로 지정될 것을 확신하고, 1조1400억원에 이르는 웅진홀딩스의 빚을 갚지 않은 채 회사 상황을 정상화할 시간을 벌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② 부당이득 취했나=윤 회장의 부인인 김향숙(59)씨가 법정관리 신청 직전인 지난달 24~25일 웅진 관련 주식을 처분한 것도 논란이 됐다. 김씨는 웅진씽크빅의 주식 4만4781주(0.17%)를 모두 처분했다. 총 4억원 상당이다. 웅진씽크빅 주가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26일 13.4% 떨어졌다. 윤 회장의 친척으로 공시된 윤석희(53)씨도 지난달 25일까지 다섯 번에 걸쳐 웅진코웨이 2890주(0.003%)를 1억1000만원에 매도했다.

 임원들도 웅진 관련 주식을 미리 팔았다. 웅진홀딩스 경영지원실장인 우정민 전무는 코웨이 주식 2만4648주(0.03%)를 지난달 중에, 조정현 웅진코웨이 상무는 4010주를 지난달 26일 팔았다.

 주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웅진홀딩스 주가는 4235원까지 올라가며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량인 10만 주의 7배 넘는 물량이 거래됐다. 웅진홀딩스 관계자가 스스로 “지난달 21일 법정관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한 만큼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신광수 대표는 “법정관리를 막으려고 노력하다가 막판에 결정했기 때문에 이를 예상해 부당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③ 계열사 빚 왜 갚았나=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지난달 25일 웅진씽크빅·웅진에너지에서 빌렸던 530억원을 다 갚았다. 극동건설이 15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상황에서 지주회사가 계열사에 진 빚만 먼저 갚은 셈이다. 채권단은 “부당 지급된 530억원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같은 날 극동건설은 제주도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의 지분 100%(34억원)를 웅진식품에 넘겼다. 극동건설이 2010년 인수한 오션스위츠는 지난해 영업이익률 20%를 기록했다. 법정관리 신청하기 하루 전 우량자산을 다른 계열사에 넘겨 보호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웅진 측은 “호텔은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부채가 500억원이어서 적절한 매각처가 없었기 때문에 웅진식품에 넘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④ 웅진코웨이 매각 왜 지연됐나=웅진그룹이 코웨이 지분 30.9%(약 2200만 주) 매각을 결정한 것은 올해 2월. 당시 윤 회장은 “올 상반기 중 매각을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 7월 KTB사모펀드와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20여 일 만에 백지화했다. 경영권을 계속 갖는 조건도 포기하고, 매각처를 MBK파트너스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매각이 계획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다. 웅진홀딩스 관계자는 “코웨이 매각대금으로 그룹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빨리 돈을 받을 수 있는 쪽으로 매각처를 변경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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