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포수가 승리를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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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는 포수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센트럴리그 최고의 포수 후루타 아쓰야(36)와 퍼시픽리그 최고의 포수 조지마 겐지(25)를 거느린 야쿠르트와 다이에가 각기 자신의 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6승 22패의 성적으로 센트럴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야쿠르트지만 시즌직전만해도 대다수의 전문가들로부터 우승은 커녕 A클라스 진입조차 어려운 팀으로 평가절하 됐었다. 에이스 가와사키를 비롯한 주력 투수들이 팀을 떠나 마운드 약화가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상황은 일변했다. 당초 주력투수들의 이탈로 선발로테이션 구성조차 힘들어 보이던 야쿠르트였지만 지금 팀 방어율 3.17이란 성적으로 주니치에 이어 팀 방어율 2위를 마크하고 있는 탄탄한 마운드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야쿠르트 투수진은 후지이 신고, 마에다 히로쓰구, 이시이 가즈히사 등 무려 3명의 투수가 방어율 10위안에 포진되어 있고, 요미우리에서 이적해온 이리키 사토시(요미우리 이리키 유사쿠의 형이다.)도 벌써 7승을 올리고 있다. 이시이 히로토시, 시마다, 다카쓰로 짜여진 불펜진도 기대이상이다.

이렇게 야쿠르트 마운드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호조를 보일수 있었던 배경에는 후루타란 대포수의 역할을 간과할 수가 없다. 이미 투수리드와 주자견제 능력에선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후루타는 올시즌 전혀 주목받지 못하던 폐물투수(이리키)와 풋내기 투수(후지이, 마에다)들을 최고의 투수들로 환골탈태시키며 지금의 상승세를 일구어낸 것이다.

센트럴에 후루타가 있다면 퍼시픽에선 단연 조지마가 돋보인다. 후루타가 과거 야쿠르트를 90년대의 팀으로 만들었다면 조지마는 바로 지금 '다이에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 조지마가 소속된 다이에는 이미 퍼시픽리그 2연패를 달성했고 올시즌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지만 선발진이 빈약한 팀으로 소문나 있다.

올해 역시 팀 방어율이 4위(4.39)에 그치고 있고, 라지오외엔 이렇다할 선발투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그랬듯이 올해도 다이에는 38승 29패의 성적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집중력 있는 타선과 마무리 페드라자를 비롯 오카모토, 와타나베, 요시다가 버티고 있는 막강불펜 덕분이다.

그리고 이렇듯 다이에 불펜진이 3년이 다 되도록 불패신화를 이어갈수 있는 데에는 조지마란 포수의 빼어난 리딩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야쿠르트와 다이에의 선전에는 후루타와 조지마란 탁월한 포수의 눈에 보이지 않은 공헌이 숨어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섣부른 감이 있지만 야쿠르트와 다이에의 재팬시리즈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게 성사될 경우, 현역 최고의 포수 후루타와 21세기형 포수 조지마와의 최고포수 대결은 자연히 최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최고 포수의 자웅을 놓고 겨루는 두 포수의 꿈의 대결이 벌써부터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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