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한국 전통문화의 베이징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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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992년 8월 24일 대한민국 노태우 대통령과 중화인민공화국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한·중 양국의 공식적인 수교를 선포했다. 수교 이후 양국은 정치·외교는 물론 문화·예술 분야로까지 교류와 교역이 확대됐다. 그 결과 1994년 경복궁 내 옛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에서 ‘진시황 서울전’이 열려 중국 시안(西安)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진시황릉 유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천안문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수도박물관 앞길에 평양 조씨 승지공파 후손 조씨 삼형제의 초상이 크게 나붙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개최한 한·중 수교 20주년을 기념하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朝鮮王朝時代的生活)’ 특별전 현수막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인물 초상화가 길가에 크게 붙은 것은 ‘조씨 삼형제 초상’이 처음이라 한다.

 한·중 수교 뒤 20년이 흐른 올해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다. 그중 문화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의 하나가 이 특별전이 아닌가 한다. 전시의 개막식 행사도 국가브랜드위원회(위원장 이배용)가 기획한 ‘한·중 우호의 밤’ 행사와 연계해 중국의 정·관·문화계 인사 200여 명, 주중 한국대사관 이규형 대사 등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전시였지만 수도박물관이 한 해 30여 회의 특별전을 개최하는 박물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다. 전시기간 동안 올린 성과 또한 괄목할 만하다. 하루 평균 4000~50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았고 전시장 출구에 마련된 방명록에도 본 전시에 대한 호평과 함께 양국 간 문화 교류 기회 확대를 바라는 글이 많아 매우 고무적이다. 이들의 바람처럼 본 전시를 시작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한·중 간 문화 교류가 확대되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