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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센카쿠가 부활시킨 극우 아베 … 일본 차기 총리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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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6일 일본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도쿄 자민당사에서 당선 사례 연설을 하고 있다. [도쿄 AFP=연합뉴스]

극우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전 총리가 26일 일본의 제1야당인 자민당의 새 총재로 선출됐다. 아베 전 총리는 이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5) 전 정조회장과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1차 투표에서 141표(국회의원 54표, 당원·서포터 87표)를 얻어 199표(국회의원 34표, 당원·서포터 165표)를 얻은 이시바에게 뒤졌지만 국회의원만 참여한 결선투표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아베의 전면 등장은 동북아 정세의 대격변을 예고케 한다. 이르면 올 11월, 늦어도 내년 여름엔 치러질 총선에서 자민당의 집권당 회귀가 거의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베의 날 선 정책들은 동북아시아에 분쟁과 격돌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아베의 최종 지향점은 헌법 개정이다. 전쟁 포기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헌법 제9조를 고쳐 군사 강국의 길을 트겠다는 것이다. 이미 “헌법개정 요건을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에서 2분의 1로 바꾸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집단적 자위권 허용도 아베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다.

 그는 “총리 재임 중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라고 말했다. 아베는 2006년 9월 총리 취임 후 한국·중국과의 관계를 고려, 재임 1년 동안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았다. 이는 당시 ‘총리로서의 현실외교’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그의 이번 발언은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에 꼭 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위안부 문제도 아베의 등장으로 더욱 꼬일 전망이다. 그는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폐기할 뜻을 분명히 했다. “고노 담화의 핵심은 강제연행인데, 그걸 증명할 자료는 없으므로 새로운 담화를 각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도 부인했다. 아베가 일본의 역대 정권이 존중해 온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의 백지화에 나서게 되면 한·일 외교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가 될 수 있다.

 또 아베는 “‘일·미 동맹’을 바로 세우고 호주·인도와의 연대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과 중국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아베의 한 측근은 “아시아의 리더는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어야 한다는 게 ‘아베 외교’의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사건건 한국·중국과 마찰을 빚게 될 경우 미국으로서도 일본이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실제 총리가 되면 신중한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 섞인 분석도 있다. 실제 그는 고이즈미 정권 시절 2인자로 활약하면서 “총리 대신 내가 악역을 맡고 있는 것”이라 털어놓은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일본 사회가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 초반 열세를 면치 못하던 아베가 급속히 지지를 끌어 모으게 된 것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 중국과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에 대한 일본 내 ‘보수 여론’이 거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세대 우익 아이콘’으로 부상한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3) 오사카 시장도 아베의 우군으로 가세했다. 아베는 “하시모토 시장의 힘은 매력적”이라며 총선 후 제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하시모토에 대해선 “히틀러를 연상케 한다. 파시즘 아닌 ‘하시즘’”(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신문그룹 회장 겸 주필)이란 지적도 있다.

 이 두 사람을 손잡게 한 ‘중개자’는 교과서 왜곡의 원조인 ‘새역모(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였다. 아사히신문은 “올 2월 오사카에서 열린 교육 관련 집회에 아베를 불러 하시모토 등 ‘오사카 유신회’를 연결한 것이 바로 새역모의 후신인 일본교육재생기구”라고 전했다.

 2007년 9월 총리직을 내던진 원인이 된 ‘궤양성 대장염’도 2년 전 개발된 신약 덕분에 완쾌, 이제는 와인을 벌컥벌컥 마실 정도로 회복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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