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세포 죽이는 바이러스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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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전혀 해가 없는레오바이러스가 특정 형태의 뇌종양 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놀라운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뇌종양 치료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캘거리대학의 피터 포시스 박사는 미국국립암연구소(NCI) 학술지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레오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악성 형태의 뇌종양인 신경교종(神經膠腫) 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힘을 가진 것으로 시험관 실험과 동물실험 결과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포시스 박사는 레오바이러스가 정상세포를 감염시키지 못하는 전혀 쓸모없는 바이러스이지만 종양세포에 대해서는 강력한 감염력과 파괴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질병을 일으키는 능력이 전혀 없다하여 호흡기-장내고아(腸內孤兒)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레오바이러스는 호흡기와 장관(腸管)에서 흔히 발견되며 인체에 그 어떤해도 미치지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교종은 공격성이 강하고 치료가 잘 듣지않는 가장 흔한 형태의 악성 뇌종양으로 환자는 대개 1년안에 사망한다. 지난 20년동안 신경외과술, 방사선치료술, 자기공명영상술(MRI), 마취술이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교종 환자의 예후는 전혀 변함이 없다.

포시스 박사는 살아있는 레오바이러스를 시험관에서 배양한 24개의 신경교종 세포계에 투입한 결과 이중 20개가 죽었으며 인간의 신경교종 세포를 주입한 쥐들은단 한번의 살아있는 레오바이러스 주사로 11마리중 9마리가 90일이상 살았다고 밝혔다.

다만 죽은 레오바이러스는 효과가 없었으며 다른 형태의 뇌종양인 수막종(髓膜腫)에도 효과가 없었다고 포시스 박사는 말했다.

포시스 박사는 앞으로 6개월안에 신경교종 환자의 종양에 직접 레오바이러스를투입하는 제1단계 임상실험을 시작해 이러한 직접 투입방식이 안전한지 그리고 뇌종양이 축소, 소멸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시스 박사는 그에 앞서 원숭이 등을 이용한 동물실험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임상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돼 효과가 입증되드라도 이 치료법이 실용화되려면 여러해가 걸릴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듀크대학의 마티아스 그로메이어 박사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고평가하고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뇌에 주입하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성질이 나타나거나 아니면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특성을 지닌 병원균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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