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우성용 "내가 키값 못한다고?"

중앙일보

입력

1m92㎝의 장신 공격수 우성용(28.부산 아이콘스.사진)이 '머리' 를 쓰기 시작했다.

우선수는 지난 17일 프로축구 정규리그 개막전인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에서 1 - 1로 맞서던 후반 역전골과 쐐기골을 모두 헤딩슛으로 뽑아냈다. 그동안 '키값' 을 못한다" 는 주위의 비아냥을 깨끗이 씻어낸 두골이었다.

우선수는 아디다스컵에서 다섯골로 득점 공동 2위에 올랐지만 헤딩골은 단 하나, 그것도 다이빙 헤딩슛이었다.

큰 키를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져 헤딩의 위력이 없었다. 김호곤 감독으로부터 "센터링이 날아올 때 문전에 미리 들어가 있지 말고 공의 궤적을 따라 뛰어들면서 헤딩을 하라" 는 주문을 받은 우선수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차츰 헤딩 타이밍을 맞춰가고 있다.

낮고 빠르게 날아온 센터링을 니어 포스트(공이 날아온 방향 쪽 골대) 쪽으로 '잘라 먹는' 헤딩슛 감각도 많이 좋아졌다.

포항전 두번째 골은 이런 상황에서 터뜨렸다. 장신 선수로는 드물게 몸이 유연하고 발재간이 좋은 우선수가 '머리' 까지 쓰게 되자 상대 수비수는 막기가 점점 힘들게 됐다.

우선수는 지난 아디다스컵 득점왕을 놓친 것이 지금도 아쉽다.

일곱골로 득점왕에 오른 김도훈(전북)은 절반에 가까운 세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었지만 자신은 한 골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도훈처럼 자신에게 페널티킥을 몰아줬다면 득점왕도 가능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부산에는 페널티지역에서 파울을 얻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마니치가 있어 페널티킥 기회가 다른 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 김호곤 감독은 "나는 특정 선수에게 페널티킥을 차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골 욕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내가 차겠다' 고 나서야 한다" 고 우선수의 소심한 성격을 지적했다.

'하체만 쓰는 선수' 에서 '전천후 병기' 로 변모한 우선수가 정규리그 득점왕에 오를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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