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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이병진 가족의 사진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일산 호수공원으로 산책 나온 이병진·강지은 부부. 이씨는 ‘니콘 D4’를 들고 강씨는 ‘니콘 1 J2’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둘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태어나고…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는 것처럼 가족의 풍경은 자연스레 바뀌어 간다. 개그맨 이병진씨도 강지은씨를 만나 결혼을 했고, 올초 딸 예음이를 얻었다. 매일이 새로운 가족의 일상은 ‘찰칵’이는 셔터 소리와 함께 부부의 카메라에 담긴다.

세 번의 태풍이 지나고야 가을 하늘이 맑게갰다. 7개월 된 예음이가 처음으로 보는 높고 푸른 가을하늘이었다. 개그맨 이씨와 홈쇼핑 쇼핑게스트 출신 부인 강씨는 결혼 4년 만에 얻은 딸과 함께 단출한 가족 출사 길에 나섰다. 사실 부부에게 사진은 낯설지 않다. ‘찰나의 외면’이란 사진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사랑을 키워왔다. 그때는 둘이었지만 예음이가 태어난 후로 찰나의 외면 출사도 세 가족이 함께한다. 지난주는 ‘광릉수목원’을 찾았다. 이씨는 “예음이에게 피톤치드를 쐬게 해주고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이가 생기고 달리진 점이다. 모든 일의 중심이 아이다. 그것은 엄마 강씨도 마찬가지. 강씨는 “예전에는 남편의 피사체는 나뿐이었다”며 “이제는 비중이 예음에게로 많이 옮겨갔다”고 말을 받았다. 싫지 않은 눈치다.

사진을 좋아하는 가족답게 그림 같은 풍경이 나타나자 먼저 찾는 것은 카메라다. 이씨는 오후 볕이 비끼는, 메타세콰이어가 늘어선 길에 모녀를 세워두고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이 순간만큼은 자못 진지해진다. 개그맨이자 『찰나의 외면』『이병진의 헌책』이란 두 권의 사진 에세이집을 낸 ‘사진작가’인 이씨에게 ‘사진’은 인생을 바꿔준 사건이다. 그는 “사진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또 “사진을 계속 찍는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찰나를 담기 위해 카메라를 잡는 이씨 앞에는 이제 두 여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씨도 남편의 마음을 알기에 그의 앵글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만나 예쁜 음식사진 찍는 게 고작이었던 강씨도 ‘사진하는 이병진’을 만나고 많이 변했다. 딸이 태어난 후로 더 적극적으로 카메라를 든다. 그 덕분에 남편만 바빠졌다. 후보정과 데이터 정리 작업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다. 강씨의 사진 솜씨가 궁금해졌다. 강씨는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남편도 내가 찍은 사진은 유독 좋아한다”며 “진짜 이병진이란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더라”고 웃어 보였다.

가족은 닮는다. 부부의 딸답게 7개월 예음이도 최연소 사진가의 길에 들어섰다. 방긋방긋 잘 웃는 예음이는 카메라 셔터소리를 알아듣는단다. 이씨는 “딴 짓을 하다가도 찰칵 소리가 나면 아빠를 돌아보고 웃는다”며 ‘딸 바보’의 면모를 보였다. 곁에선 아내는 “태교로 아빠의 카메라 소리를 듣고 자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촬영한 사진을 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부부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이씨는 아내를 향해“우리 여행 갔을 때 사진 안 찍었다면 뭐했을까?”란 질문을 던졌다. 돌이켜보면 모든 순간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게 바로 사진이다. 부부에게 인생을 즐길 수 있게 해준 좋은 매개체이고, 대화 주제이고, 진심의 표현이란 설명이다. 그리고 딸이 태어난 순간부터는 생활자체가 되어버렸다. 얼마 전 사진을 정리하다가 아이의 신생아 때 사진을 보게 됐다는 강씨는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며”며 “사진이 없으면 몰랐을 텐데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곧 있을 아이 돌에는 아빠엄마가 찍은 사진으로 사진전을 열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때 걸릴 사진 한 장이 지금이 순간에도 찍히고 있었다. 찰칵.

<강미숙 기자 suga337@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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