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초모랑마] 7900m 앞두고 강풍 만나 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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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초모랑마 휴먼원정대가 캠프 2(7900m)를 눈앞에 두고 강풍을 만나 또다시 노스 콜(7100m)로 내려왔다. '히말라야 날씨는 에베레스트도 모른다'는 말이 실감난다.

엄홍길(45.트렉스타) 등반대장은 18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오전 11시) 노스 콜을 출발, 순조롭게 캠프 2를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30분쯤 캠프 2를 200m 앞둔 지점에서 거센 바람에 부닥쳤다. 초속 20m가 넘는 강풍이었다.

엄 대장 일행보다 30여 분 먼저 캠프 2에 도착한 셰르파들도 거센 바람 때문에 텐트의 폴도 세우지 못하고 노스 콜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휴먼원정대의 시신 수습 일정도 뒤로 미뤄지게 됐으며, 정확한 D-데이도 19일 기상을 봐야 할 정도로 유동적이다.

그동안 받아 본 위성 기상정보는 18일 오후부터 바람이 잦아들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어 기상정보에 따라 진퇴를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엄 대장은 목이 쉰데다 허리 통증까지 호소하고 있어 캠프의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태다.

본 기자는 지금까지 세 차례(안나푸르나,칸첸중가,K2)에 걸쳐 원정에 참여했지만, 강풍으로 등반의 어려움을 겪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의 원정을 살펴보면 기상이 악화하더라도 한번 정도는 바람도 잦고 좋은 날씨가 3~4일 계속돼 이때를 등정 기회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초모랑마의 경우는 이달 초 2~3일간 잠시 바람이 약하고 하늘이 맑더니 그 이후로는 매일 7000m 상층부에 강풍이 불어 인간의 접근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에베레스트를 정점으로 바람의 세기는 네팔 쪽보다 티베트 쪽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에베레스트로 원정 온 양정고 원정대는 18일 캠프 3까지 올랐으며, 19일 사우스 콜(8000m)을 거쳐 20일 예정대로 정상 등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초모랑마 베이스 캠프=김세준 중앙 m&b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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