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안시 페스티벌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2001'을 보며 '이제 우리도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제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사람은 비단 기자 한사람만은 아닐 것이다.한국 관계자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그들의 탄탄한 인프라다.

안시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는 25명이 근무하는 상설 사무국이 있다.

이들 중에는 칸 영화제에서 분리되던 해인 1960년부터 일해온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우리의 경우 올해 들어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에 상설 사무국이 생겼을 뿐이다.

올초 안시 조직위를 방문했던 SICAF의 김병헌 사무국장은 "안시 페스티벌 사무국에는 심지어 작품 안내책자에 들어갈 원고를 손보고 영화에 자막을 집어넣는 파트까지 세분화돼 있더라"며 감탄했다.

또 시 정부가 페스티벌 재정의 30% 가량을 부담하고 시 소유 건물까지 제공하는 등 지원할 뿐 간섭은 하지 않는다.안내책자에 실린 시장의 인삿말이 '전시용'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관의 지원은 페스티벌이 휴양 도시인 안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알프스와 안시 호수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에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 애니메이션 영화제가 합쳐져 안시를 여느 유럽의 관광 도시와 차별화한다.

우리에게도 춘천만화축제 등 관광자원과 축제를 결합시킨 행사가 없진 않다.

하지만 특색없이 그렇고 그런 지방자치단체의 전시행정이거나 그나마 민 ·관의 손발이 안 맞아 삐걱거리는 경우가 많은 우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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