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금렵구, 드디어 완간!!

중앙일보

입력

장장 6년 반이라는 긴 세월동안 끌어왔던 화제작 유키 카오리의 '천사 금렵구'가 드디어 종결됐다. 일본보다 두 달여 늦은 5월 29일자로 우리나라에 라이센스 번역본이 소개됐다.

기본적인 스토리 라인은 이렇다.
아담 카다몬을 찾아 헤메던 세츠나 일행은 드디어 신이 잠든 탑 에테메난키를 발견해 지구를 구할 희망을 얻는다. 그러나 창세신의 정체는 그들을 절망의 나락에 떨어뜨릴 만큼 충격적일 뿐이다. 억압과 학대를 당하면서도 로시엘을 추종하던 카탕은 역 성장하는 로시엘의 광기를 감싸주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다.

◇ 6년 반, 롱런의 비결
'천사 금렵구'는 천사와 악마, 그리고 사귀족, 인간이 얽히고 설켜 만들어내는 장대한 드라마이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웅대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간 남자면서 동시에 여성 천사라는 운명을 지닌 세츠나가 이끄는 혁명을 스펙타클한 전개로 이끌어간다.

그러면서도 눈물나게 애절한 사랑. 원초적 증오, 처절한 복수와 연민 등 모든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요소를 한 자리에 집어넣었다.

이 작품의 제 1테마는 금단의 사랑이다. 주인공 세쯔나와 사라의 친남매임에도 불구하고 연인이 된다. 자칫 감정에 너무 치우쳐 엉망이 되기 십상일 버거운 주제였다. 하지만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역량은 끝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 훌륭히 소화해냈고, 일본과 한국의 많은 독자들에게 현대 순정만화의 역작으로 평가 받았다.

◇ 천사금렵구가 거둬낸 성과
'천사금렵구'는 아름답고 거룩하다 믿어온 천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욕망에 몸부림치며 위선으로 일관하는 파격적이고 일그러진 천사의 이미지를 그려냈다.

반면 악마에게 그들의 정체성을 놓고 괴로워하는 인간적인 면을 부여해 과연 어느 것이 진정한 악이고 진정한 선인지 독자들로 하여금 되묻고 있다.

또한 이 만화는 카톨릭의 천사·악마관, 유태 신화, 유럽 민담, 불교, 일본의 전설 등 다양한 종교적 사실을 참고해 스토리를 더욱 복잡하고 치밀하게 구성했다.

종결 후 일본에서는 천금의 비밀을 밝힌 가이드 북이 출간되기도 했다. 이는 순정 만화는 사랑타령만 운운하는 가벼운 분야가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 셈이다.

이렇듯 '천사금렵구'는 쉽게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일본 순정 잡지 '꽃과 꿈' 연재 내내 인기 순위 상위권을 차지했고, 애니메이션, 드라마 시디 등 미디어 믹스로도 큰 성공을 거두는 등 대중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 그러나 아쉬운 마무리
20권에 이르는 연재동안 작가 '유키 카오리'는 성실한 자세로 매 회 완성도가 뒤쳐지지 않게 조절해 '역시 완벽주의자인 그녀답다'라는 찬사를 얻었다.

특히 그녀는 섬세하고 정교한 데생력으로 추앙 받는데, '천사금렵구'는 비주얼 만화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과감한 의상을 선보였고 천국과 지옥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해 그려냈다.

그러나 역시 마무리 지을 때 이 기나긴 대 서사시를 1권으로 압축해 종결하는 것이 무리였던지 대강대강 넘어간 듯 한 부분이 눈에 띄어 아쉬움을 남겼다.

주인공 세츠나와 사라 그리고 루시퍼와 로시엘 카탕의 이야기는 충분히 다루었으나 주인공 못지 않게 활약하던 미카엘, 라파엘 등의 캐릭터들이 중요도에 비해 너무 가볍게 처리해 서둘러 막을 내린 감이 든다.

원래 작가는 로시엘과 카탕의 최후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긴 세월을 지켜 봐준 독자들에게 싫은 기억을 주지 않으려고 마지막에 고쳤다고 작가 후기에 밝혔다.

◇ 작가 유키 카오리는 누구?
12월 18일 B형 다혈질의 성격이라고만 자신에 대해 공개하고 있다. 여타의 순정 만화가처럼 출생 연도에 대해 비밀에 부쳐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다.

1987년 '꽃과 꿈' 가을호에 '하복의 에리'로 데뷔했다.

그녀의 작품은 탐미주의로 불리울 만큼 캐릭터들을 극단적인 상황까지 몰아넣고 인간의 존재를 다시금 묻는 충격요법을 즐겨 쓰는 작가이다. 주로 퇴폐적인 아름다움과 극단적이고 강렬한 사랑, 증오, 원한이 빚어내는 세계를 그려와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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