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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가려 받는 게 안철수식 새 정치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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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임소라
JTBC 정치부 기자

지난 19일 서울 충청로의 구세군 아트홀. 1년여를 끌어온 안철수 교수가 드디어 “18대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입을 연 날이다. 기자회견장은 300여 명의 기자와 지지자들로 넘쳐났다. 안 교수의 비공개 잠행으로 그의 주상복합아파트 입구에서, 서울대 강의실 복도에서 여러 날을 쭈그리고 앉아 그를 기다리던 기자들에겐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기회였다.

 안 교수가 회견 끝 무렵 “담당 기자가 많이 왔을 텐데, 지난 1년간 여러 가지로 괴롭혀서 죄송하다”고 말한 것도 아마 이런 기자들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였던 것 같다. 동시에 ‘정치인 안철수’로서 앞으로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지 않고 검증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올 5월부터 안 교수를 담당해 온 기자는 질문을 하기 위해 열 번이나 손을 들었다. JTBC는 이날 오후 3시의 기자회견을 생중계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행사장 주변에 중계차를 세워 놓고 대기해 왔다. 장소가 협소해 자칫 중계차를 주차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공들여 준비해 온 기자에게 질문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연합뉴스, SBS, MBN,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경제, KBS, 프레시안, YTN, 내일신문, CBS, 매일경제 기자 순으로 질의응답이 진행됐지만 JTBC 기자는 끝내 외면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회견장 2층 로비에서 유민영 대변인에게 물었다. “왜 질문을 안 받아주셨나요?” 유 대변인은 답이 없었다.

 “생중계를 하는 방송사에는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그는 “꼭 그렇지는 않은데요”라고 답했다.

 “중앙, 조선, 동아 그리고 3사의 종합편성채널 기자들만 질문에서 빠졌네요. 왜 그런가요?”라고 다시 묻자 “복잡한 게 있어요”라고 유 대변인은 답했다. 복잡한 사정이 무엇인지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회견이 끝나고 트위터에는 “중앙, 조선, 동아 종편 기자들이 질문을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안 교수 측에서 질문을 받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는 글이 쏟아졌다. 회견을 지켜본 상당수 사람이 안 교수가 특정 매체를 배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다.

 유민영 대변인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냈다. 춘추관장은 기자와 언론을 상대하는 자리다. 그런 유 대변인의 이날 처사가 진행의 미숙함 때문인지, 다른 정치적 계산과 의도가 있는 것인지 기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기자회견 전에 가졌던 안 교수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회견이 끝난 지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다.

 “국민의 절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탈’구태정치를 외치던 안 교수의 잔상이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이었다.

임소라 JTBC 정치부 기자